그래피티 장르로 첫 발을 들여 독특한 화풍과 거대한 스케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스트리트 아티스트 n5bra는 국내 아트페어는 물론, 중국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하기도 하고 런던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경계없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페인터인 그에게도 자기만의 공간, 그리고 첫 시작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장 초기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해 더 의미가 있는데요, 작은 개인전처럼 관람할 수 있는 705호에서 n5bra를 만났습니다.
Q. 엄청 바쁘셨잖아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정신없이 지냈죠. 요즘도 그냥 똑같이 그림 그리면서 지내고 있어요. 늘 그래왔듯이 그림 그리고 사는 거죠.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밥 먹고 그림 그리고, 자다가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다시 자고, 정말 그림만 그려요.
Q. 한 공간에서 계속 작업하시는 거죠? 네, 작업실 겸 집을 구해서 하고 있어요.
Q. 맹그로브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비슷한 곳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고 여기저기 많이 떠돌아다녔어요. 이 곳을 보고 예전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떻게든 그림을 그리려고 하던 그런 때요. 지금은 워낙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고,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까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특히 지금은 워낙 코로나 때문에 더 혼자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 메인 라운지에 있는 시네마 룸. 너무 탐나더라고요.
Q. 705호와 보광동 작업실은 어느 정도 비슷한지 궁금해요.
거의 비슷해요. 제 작업실도 이런 식으로 질서 없이 그림이 엄청나게 걸려있거든요. 공간만 다르지 분위기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Q. 많은 분이 작가님 작품을 보러 올텐데 참고할만한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번에 가지고 온 그림들이 제가 처음 군대 전역하고 그렸던 그림들, 초기에 했던 스케치들 모아둔 거예요. 실제 전시 때 보여줬던 그림들이 아니라 조그마한 그림들이죠. 혼자 되게 작은 원룸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작업을 하는 건데, 그 작은 공간에서 그려왔던 거고요.
작품으로서의 퀄리티 같은 것보다는 그 당시 그림을 내가 어떻게 그려봤었나 하는 비하인드 같은 작업이어서요. 그런 작품과 공간인 걸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완전 초기작들이겠네요.
실제 전시가 되고 그런 것보다는 하나하나씩 그리고 모으고 했던 것들이죠. 보면서 다음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을 했던 그림들이고, 어떻게 보면 작품으로서 완성된 그림들보다도 가장 많이 본 초기작들이죠. 공개 자체도 처음 하는 거죠.
Q.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이 합쳐있잖아요. 워낙 긴 시간을 보냈으니까 편할 것 같은데, 분리할 계획은 있나요?
분리하려고는 하고 있는데요, 워낙 막연하게 살아온 스타일이다 보니 잘 모르겠어요. 뾰족한 계획없이 그냥 때 되면 하는 거고 기회 있으면 하는 거고. 항상 그때 그때의 시간이 말해주는 대로 하는 것 같아요.
Q. 작업 환경에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할 게 있으신가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보니 도구나 최소한의 것들만 있으면 환경이나 필수적인 아이템이 필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여기 있는 그림 중에서는 군대에서 그렸던 그림도 되게 많거든요. 군대라는 곳이 어떻게 보면 한정적인 공간이잖아요. 그 공간에서도 종이와 펜이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는 했어요
Q. 재미있게 본 책이나 영화가 궁금해요.
제일 좋아하는 책인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요즘 다시 한 번 읽고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 무엇일까’ 생각해요.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이 좋아서 그렸는데 이 책은 내가 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자문할 수 있게 도와줘요.
Q. 최근 뮤지션 소코도모sokodomo와 협업을 하셨는데,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코(도모)한테 DM이 왔고 노래 들어보니까 좋아서요. 성격도, 서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되게 자유롭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도 저 믿고 해주고, 저도 그 친구 음악 믿고 하는 거고. 서로 믿으니까.
Q. 같이 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있나요?
‘이 사람과 과연 내가 했을 때 될까?’ 서로 대화가 되는지, 단순히 외적인 걸 떠나서 같은 걸 공유하고 생각하는 게 비슷한지 그런 걸 봐요.
Q. 작업하실 땐 어떤 음악 들으세요? 요즘은 Tame Impala 노래를 많이 들어요. 작업하는 순간에 몰입하는 걸 되게 중요시하는데, 그래서 그 순간에 빠져들 수 있거나 긴장감이 올라오는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 같아요. 반대로 쉴 때는 빗소리만 듣습니다. 8시간 수면 빗소리 뭐 그런 거 듣고.
Q. 끝으로 서울 안에 애착을 가지고 있거나 자주 가는 장소가 있나요?
작업하고 나면 항상 힘들거든요, 감정을 몰아치듯 작업하다가 마치고 빠져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보광동 산책을 많이 했거든요. 지대가 좀 높은 곳에 있다 보니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야경과 경치를 보기 좋아요.
노크노크 Knock, Knock
21.07.02(FRI) ㅡ 21.08.31(TUE)
밀레니얼을 위한 건강하고 유쾌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셰프와 북튜버, 포토그래퍼, 페인터, 영화 배급사, 밴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총 10팀의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입주해 서로 다른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물씬 묻어나는 자기만의 집을 선보입니다.
글 | 박준우
사진 | 송시영,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