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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개발이라는 혁신

2021.2.17

MGRV Real Estate 그룹 리드 임민섭 인터뷰

Q. 민섭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MGRV에서 새로운 사업지를 발굴하며 신규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CRO라는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보통 CRO는 Chief Risk Management Officer로 리스크 총괄을 이야기하는데 MGRV에서는 Chief Real Estate Officer, 부동산 개발 총괄을 뜻한다.

Q. 보통 부동산 개발업이라고 하면 임대와 분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뜻하는데요. MGRV는 기존 부동산 디벨로퍼와 어떻게 다른가요?

MGRV는 임팩트 디벨로퍼를 지향하고 있어요. 여기서 임팩트는 ‘임팩트 비즈니스’할 때의 그 임팩트인데요. 일반적인 비즈니스와 임팩트 비즈니스의 차이는 아웃풋에 대해 평가하는 방향과 기준에 있어요. 부동산 개발업은 토지나 건축물을 최유효이용*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기존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이 최유효 이용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사업이 청산된 후 금전적인 수익의 총량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부동산의 유용성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일

반면에 MGRV의 경우 돈으로 환산되는 성과만을 퍼포먼스로 보지 않아요. 실제 소비자인 입주 멤버들의 만족도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영향, 그리고 MGRV가 개발한 건물이 주변 동네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사실 1인 가구 임대주택 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치우쳐져 있어요. 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조성해서 임대인에게 공급하면 임대인이 소비자에게 다시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죠.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와 최종 소비자가 만나는 일이 거의 드물고, 소비자의 보이스를 들을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주택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필요나 상황이 거의 고려되지 않고요. 임대주택 실사용자들의 결핍과 불편이 MGRV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Q. 임팩트라는 것은 어떤 사회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거잖아요. MGRV는 어떤 타깃층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건가요?

MGRV는 사회초년생을 맹그로브의 주 타깃층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들이 거주할만한 다양한 주거 공간들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요. 대부분 좁고 불편하고 획일화되어 있는 주거환경이었는데 각 방마다 취향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어요. 좋아하는 물건, 아끼는 포스터로 저마다 삶의 공간을 꾸린 거죠. 복도를 지나오면서 각 방의 차이를 정말 강하게 느꼈어요.

취향이 분명한 사회초년생들이 본인의 필요와 선호가 반영되어 있는 곳에서 살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또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원룸, 고시원과 같은 사회초년생들의 주거공간이 소비자들에게 열악한 이유는 이 시장의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더 유익한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기존의 공급자들은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보다 좋은 입지 선점에 집중합니다. 심플하게 판단하는 거죠. 입지만 좋아도 잘 팔리니까요. 소비자들은 원룸이라는 상품을 선택할 때 ‘라이프스타일’을 옵션으로 생각할 여지가 없게 되고요.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결국 사회초년생들의 주거환경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로만 진행되었던 주택시장에서, 특정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싶었어요.

 

Q. 주거지라는 특성상, 기존 공급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주거 환경 개선을 고민하면서도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던 ‘좋은 입지’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MGRV만의 입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기존의 부동산 개발업과 유사하게 맹그로브 역시 주 타깃층인 사회초년생들이 통근하기 편리한 지역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요. 당연히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은 토지대가 비싸고 소비자들에게도 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광화문, 종각, 여의도, 시청, 강남과 같이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주요 업무 지구)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도 사업 가능성이 생깁니다. 맹그로브는 CBD로부터 지하철 기준으로 15-2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합니다. 접근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장소를 찾는 거죠.

맹그로브의 사업지를 고려할 때 접근성과 경제성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 지역의 ‘바이브’예요. 비교적 낙후되었더라도 동네만의 고유한 특성이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지역을 경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안정된 주거 환경이 생생하고 다양한 로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거죠.

© 최모레

Q. 입지를 고려할 때 로컬 문화까지 고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의 우리는 온라인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데 비해 실제 삶에서는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죠.

사업의 시작은 주거 환경의 변화이지만, 결국은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세대의 사회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실제 삶에서 거리를 두고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면 때때로 공동체를 약화시키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주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이 어려워지기도 해요. 이러한 문제의 이유가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온라인에서는 나를 나답게 표현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가 배제된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그게 너무 어려운 거죠.

하지만 좀 더 개선된 주거환경에서 살게 된다면 좀 더 삶을 긍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낭만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임대 주택에서 사는 짧으면 2년, 길면 6년 정도의 시간도 훗날 다시 돌아봤을 때 인생에서 꽤 즐겁고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 MGRV의 타깃층인 사회초년생이 원하는 주거형태가 어떤 것인지 고민한 과정과 결과가 궁금해요. 이제 곧 2호점을 오픈한다고 들었어요. 어느 정도 고민의 답을 찾으셨나요?

아뇨.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웃음)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에 맹그로브를 기획하면서 국내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 혹은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친구들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했어요. 한 차례도 아니고 여러 차례요. 그러면서 이들이 집에 대해 원하는 것과 현재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정리했더니 총 48개의 질문으로 걸러지더군요. 이 ‘48개의 질문들’을 토대로 1호 숭인점을 기획하고 설계했어요. MGRV는 함께 일할 파트너를 선정할 때도 이 질문지를 전달하며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라고 해요. 그 질문지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이에요.

Q. ‘48개의 질문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현관 신발장에서 신발 냄새가 난다’ 거나 ‘집 어딘가에 전신 거울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사소한 시설의 문제에서부터 ‘하우스 메이트와 떨어져 혼자 있고 싶은 때와 같이 있고 싶은 때를 항상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비교적 복잡한 문제까지 다양해요. 사는 방식의 문제나 타인과의 질서에 대한 문제들도 많고요.

1호 숭인점만으로는 아직 규모도 작고 한계가 많아서 ‘48개의 질문들’에 대한 완전한 솔루션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달까요. ‘화장실과 샤워실이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있다면’, ‘셰어하우스에서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신발을 수면 공간에서 먼 공간에 보관한다면’, ‘작지만 다양한 목적의 공유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삶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따로 또 같이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1호 숭인점의 운영을 토대로 MGRV가 어떤 공간을 더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지만 앞으로 2호, 3호점을 열어가면서 계속 문제들을 고민하고 더 많이 해결하고 싶어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만큼 또 새로운 질문들도 생겨요. 끝이 없달까요. (웃음)

Q. 새로운 맹그로브를 열어나가는 것 자체가 고민의 ‘과정’이네요. 

그렇죠. 열악한 주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저희 팀 외에도 분명히 있어요.

MGRV가 가진 문제의식은 주거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함께 사는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공간을 여러 레이어로 구성하면 훨씬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일전에 맹그로브를 다룬 한 팟캐스트*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0과 1의 영역으로 나누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면 어떤 공간은 사적인 공간 0.8에 공적인 공간 0.2로 구성된 세미 프라이빗, 또 다른 공간은 사적인 공간 0.3에 공적인 공간 0.7로 구성된 세미 퍼블릭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팟캐스트 헤이리슨 <함께 사는 집, 맹그로브에서 나를 더 알아가다> 편

맞아요. 맹그로브는 이런 촘촘한 공간 레이어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데요. 건강한 커뮤니티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개인 공간들이 필수적이에요. 늘 함께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때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이분법적으로 나뉘게 되면 사용자가 한 공간을 사용할 때 다른 한 공간의 기능과 목적은 완전히 0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공간이 되는 거죠. 방과 거실이 붙어 있으면 거실에서 즐겁게 파티를 하는 사람들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음이 되어버리는 것처럼요. 그 사이에는 완충공간이 필요해요.

세미 퍼블릭과 세미 프라이빗의 공간을 촘촘하게 쌓을수록 좁은 공간의 가능성이 다양해져요. 공간을 이용하는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무한한 화학작용이 일어날 거예요.

공간 기획자들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리추얼이나 관계가 일어나겠죠. MGRV는 건강한 커뮤니티를 계속 발생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완충공간, 공간의 촘촘한 레이어를 구현해내고, 매끄럽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이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Q. 공간의 레이어 안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커뮤니티라니, 정말 흥미롭고 멋져요. 맹그로브의 방향성을 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했던 해외 사례가 있었나요?

일본의 소셜아파트먼트 같은 소셜 하우스 브랜드나 런던의 콜렉티브 올드 오크, 암스테르담의 스튜던트 호텔을 참고했어요. 특히 소셜아파트먼트의 창업 멤버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입주민의 성장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는 커뮤니티의 참여자였던 입주민이 소셜아파트먼트에 사는 동안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좋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어요. 그런 잠재력을 이끌어내 주는 것이 소셜아파트먼트 팀의 역할이자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라고 해요.

© Social Apartment, Japan

© Social Apartment, Japan

© the collective old oak, London

© the collective old oak, London

꽤 오랫동안 국내외적으로 노후 상권을 살리고, 도시 재생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동네를 마을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많았어요. 대부분 목표나 성과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명확했고, 크게 와 닿았어요. 입주민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모델이라 어떤 면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주거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커뮤니티를 성장시켜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MGRV의 사업 목적과도 유사한 점이 많고요. 소셜아파트먼트는 현재 일본 청년들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이용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고요, 여전히 개방적이고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힘이 커요.

Q. 민섭님에게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필수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결혼하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모든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어 있어요. 전부 퍼블릭인 거죠. (웃음) 그렇다 보니 ‘나는 원래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을 싫어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웃음)

농담처럼 답변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란 개인의 공간과 공동의 공간이 균형을 이룬 삶이라고 생각해요. 맹그로브처럼 균형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공간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결국 그 균형을 이루는 것은 함께 사는 사람들 간의 ‘이해’가 아닐까 싶고요.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배경도 달라요. 이 다름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고, 그 태도가 있다면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맹그로브는 입주민들이 임대주택에 사는 동안 이런 다름과 이해의 순간들을 충분히 경험해보기를 기대해요.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해 어떠한 공간에서, 또는 공간을 넘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넉넉한 근육을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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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진영

사진 | 엄종헌,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