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grove Social Club
Partner Interview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 미처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되죠. 맹그로브의 삶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웰니스 커뮤니티, 맹그로브 소셜 클럽(Mangrove Social Club)은 매달 맹그로버를 찾아갑니다.
MSC는 맹그로브 커뮤니티 팀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파트너들과 함께합니다. 이번에 만난 파트너는 벗밭. 맹그로브와는 <즉흥과일클럽>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었죠. 지속 가능한 식문화와 커뮤니티에 대한 이들의 진솔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배기현, 백가영
가볍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영 안녕하세요. 벗밭에서 ‘제철감성지킴이’를 맡고 있는 백가영입니다.
기현 안녕하세요. 벗밭에서 ‘건강지킴이’를 맡고 있는 배기현입니다.
‘지킴이’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요.
가영 수빈 님이 들어오면서 저희가 이제 팀원이 셋이 되었거든요. 서로가 서로의 사수이자 지킴이가 되어주자는 의미에서 ‘지킴이’라는 표현을 써봤어요. 너무 딱딱한 대표, 이사 같은 표현보다는 각자 집중하고자 하는 영역을 지킴이 앞에 넣어 부르고요. 그래서 저는 제철이 되면 어떤 음식을 먹자, 주로 제안하는 사람입니다.
기현 저는 맨날 운동하자 하는 사람이에요. 건강을 위해서요. 그런데 정작 저보다 팀원들이 운동을 더 잘하고 있답니다. 사실 이런 이름으로 불러주면서, 서로의 존재 그 자체로 제철과 건강을 챙기는 마음가짐을 상기하고 지키는 거죠.
벗밭을 소개해 주세요.
가영&기현 벗밭은 ‘지속 가능한 식사를 알리고, 그 첫 번째 경험을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 플랫폼’이에요. 학교 안과 밖에서 청년, 청소년을 만나 식사와 환경의 연관성을 알리는 교육활동을 진행하고요. ‘제철’ 그리고 ‘생산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식사를 일상에서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식사의 시작은 우리가 먹는 것과 연결된 관계를 알아가는 것이에요. 그 연결의 감각이 바로 ‘벗’이라는 단어에 담겨있고요. 연결되고 싶은 존재가 ‘밭’에 들어있어요. 그래서인지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만나기’예요.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식재료를 만나요.
‘첫 번째 경험’이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가영&기현 ‘지속 가능한 식사’라고 했을 때, 뭐랄까 사람마다 편차가 있다고 느꼈어요.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완전히 모르는 영역이라고요. 그런데 먹는 일은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잖아요? 매번 끼니를 해결할 때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할 수밖에 없고요. 한번 관심을 가지면, 이해의 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식사의 첫 번째 경험을 함께 하자, 이 길로 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야기하는 일을 하자고 정의를 내렸어요.
벗밭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가영&기현 벗밭은 2019년 대학 내 작은 소모임으로 시작했어요. 대학 안에서 파머스 마켓을 여는 것이 첫 목표였죠. 건강하게 끼니 챙기기 어려운 대학생, 1인 가구의 삶에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전하고 싶었어요. 농부님의 이야기와 함께요.
그렇게 3년 남짓 활동을 지속하면서 ‘건강한 식사’를 위해 일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농부도 있었고, 요리사도 있었어요. 그 만남을 통해 우리가 건강한 식사를 다르게 정의하게 됐죠. 내 몸의 편안함뿐 아니라, 자연환경 그리고 생산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건강한 식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졌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건강한 식사는 ‘유기적인 식사’라고 다르게 말할 수 있는데요. 연결되는 식사는 더 자연스럽고 즐거워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한 땅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제철의 채소를 먹고, 그러면서 그 채소를 길러 보내준 농부님의 마음을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혼자서는 식탁 너머의 이야기나 사람을 상상하는 것도, 자연의 시계에 맞는 식사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바쁜 일상에 치여서 식사는 자꾸만 뒷순위로 밀리고요.
그래서 저희는 함께하기를 선택했어요.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과는 달라 보일 수 있지만, 모일 때 쉬워지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Butground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혹은 마음이 가는 벗밭 활동은 무엇인가요?
가영&기현 먼저 ‘환대의 식탁’이요. 환대의 식탁은 대학생 친구들과 6박 7일 동안 제주로 떠나는 생태미식여행이에요. 제주의 친환경 생산자를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지속 가능한 식사를 맛보는 경험 중심의 캠프인데요. 지식을 넘어서 몸으로 체감하는 진한 시간이라 여운이 길어요. 지속 가능한 삶, 미식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이 시간을 겪고 나면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돼요.
또 ‘감사와 인사’는 2023년 겨울 연말에 진행한 저희의 활동 전시이자 파티였어요. 벗밭의 일을 만들어가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벗밭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정리하는 시간이었죠. 식사, 교사, 회사, 농사, 기사 등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말 바쁘게 움직였구나,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길 덕분에 올 수 있었구나 싶었죠.
벗밭이 경험한 다양한 일은 벗밭의 친구들 덕분이에요. 벗밭은 더 많은 사람, 존재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요.
벗밭의 일을 소개하는 건 곧 저희의 친구를 소개하는 일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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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요?
가영&기현 한 분만 꼽기가 쉽지 않네요. 만났던 분들 모두가 인상 깊어서요. 지금 떠오르는 곳은, 벗밭을 시작하고 맨 처음 만난 ‘산하늘 공동체’예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생산자 공동체인데요. 경남 거창에서 사과와 포도 농사를 짓고 계세요. 저희에게 지속 가능한 식문화에 대한 길을 터준 분들이라 기억에 남아요.
이전까지 저희가 이해하고 있던 ‘지속 가능한 식사’가 환경과 내 건강에 좋은 음식까지였다면, 이때 만남을 이후로 식재료를 생산하는 분들의 지속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중요하구나, 다른 삶의 형태를 살지만, 같은 방향과 지향점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이게 또 마음이 동했던 순간이었고요. 벗밭을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Butground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듣고 싶어요.
가영&기현 아직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 수 있죠. 힘들다기보단 가장 치열했던 건 창업 후 1년 차였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새롭고, 부딪히며 배워가는 시간이었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과 그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맞춰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 순간을 딛고 어떤 식으로 변화하거나 단단해졌다고 느꼈나요?
가영&기현 서로의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이었어요. 서로의 뜻과 생각을 듣고, 하나로 모아가며 우리의 일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정리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지속 가능한 식사를 알리고, 그 첫 번째 경험을 함께한다.” 벗밭의 일과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문장을 적어 내리기까지, 한 2년이 걸린 것 같네요.
이번엔 가벼운 질문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제철 식재료는 무엇인가요?
기현 저는 감자! 곧 6월이 다가오는데, 6월에 만날 하지감자가 기대돼요. 감자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어서, 종류별로 다른 맛을 느끼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메이드 감자칩을 좋아하죠. 채칼로 감자를 얇게 썰고 올리브유와 후추를 듬뿍 뿌리면 별미가 따로 없어요. 과일 중에서는 수박을 좋아해요. 감자와 수박 모두 혼자 많이 먹기엔 어려워서, 같이 먹어야 맛있다는 것이 공통점이기도 하네요.
가영 저는 하나를 딱 집어 고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벗밭을 하며 생긴 변화는 계절마다 좋아하는 식재료가 바뀐다는 것인 듯해요. 구체적으로 제철 식재료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지금 꼭 먹어야 하는 건 조생종 양파라고 생각해요. 달큰하고 아삭해서 생으로 먹기 좋고, 일 년 내내 저장해두고 먹기는 어려워서 딱 지금 시기에만 즐길 수 있거든요.
조생종 양파는 처음 들어봐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가영 따로 있는 품종은 아니고요. 양파가 나오는 시기에 따라서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라고 불러요. 조생종은 가장 이르게 수확한 양파를 말해요. 조생종 양파와 흔히 먹는 만생종 양파를 비교하자면, 조생종은 저장하기 어려운 대신 아주 부드럽고요. 만생종은 저장하긴 쉽지만, 더 매워요. 썰 때 눈물이 얼마만큼 나나에 따라 조생종인지 만생종인지도 알 수 있어요.
한식을 떠올려 보면, 보통 양파가 주제가 아니라 항상 어떤 요리의 보조 출연자로 나와요. 국이나 찌개에 들어가거나, 잡채나 전에 들어가기도 하고. 양파 자체의 맛에 집중하기는 어렵죠. 대신 조생종 양파는 단독으로 먹어도 아주 맵지 않고 달큰해요. 그 자체로 구워 먹어도 맛있고 생으로 된장에 찍어 먹어도 좋아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이곳 맹그로브 동대문에서 즉흥과일 클럽 프로그램이 시작될 텐데요. 간단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가영&기현 즉흥과일클럽은 함께 모여 과일과 채소를 먹는 프로그램이에요. 함께 계절의 맛을 경험하면서 저희는 같이 먹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계절과 연결되고, 생산자 혹은 생산지와 연결돼요.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 아쉬우니까 그 맛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다양한 샐러드 드레싱을 준비하고 있어요. 레시피를 알려드리진 않아요. 직접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면서 넣어보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맛을 실험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이번 즉흥채소클럽에서는 노란 껍질 속에 초여름을 품은 참외를 준비했어요. 곁들임 채소로는 케일이 있고요. 성주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 유기농 참외와 친환경 케일을 마련했어요.
맹그로브와는 맹그로브 소셜 클럽(MSC)에서 여러 번 연을 쌓았죠. 맹그로브 공간에 처음 왔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기현 일단 분위기가 좋았어요. 처음 만난 곳은 맹그로브 동대문이었는데, 행사 전 식사하거나 작업을 하는 분들을 보며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준비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저희 입장에서도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수월했어요.
가영 원래도 맹그로브를 알고 있었는데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MSC 덕분에 맹그로브의 사람 그리고 공간과 깊이 관계 맺을 수 있어 기뻐요.
벗밭은 ‘먹거리’를 매개로, 맹그로브는 ‘집’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꾸려나가고 있어요. 벗밭이 가꾸는 커뮤니티와 맹그로브가 가꾸는 커뮤니티 사이에, 비슷한 점이나 다른 점이 있을까요?
가영&기현 같이 사는 식구와 따로 사는 식구, 하지만 식구라는 점이 공통점인 것 같아요. 다른 점은, 맹그로브는 공간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으고, 벗밭은 식재료를 주제로 사람을 모으죠. 맹그로브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자만추가 가능해요. 즉흥클럽에선 맹그로브라는 공간 안에서도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벗밭이 만난 맹그로버들(맹그로브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성격인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마주한 인상 깊은 순간이나 일화가 있을까요?
가영&기현 관계 중심적인 사람들이라고 느껴져요. 만남에 열려있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한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에서 맹그로버들을 만날 때마다 저도 이제는 식구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신세 지는 게 너무 어색하지 않은 사이 같기도 해요. 프로그램이 아니라 커뮤니티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해요. 저희가 맹그로버 분들께 기대기도 하고요. 이따금 준비가 늦어질 때 손이 모자라면 양팔 걷어붙이고 도와주시는 식구분들이 계세요. 늘 감사하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것처럼,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사람 간의 건강한 연결)를 일구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가영&기현 최근 하게 된 따끈한 고민이에요. 커뮤니티는 무엇이고, 또 좋은 커뮤니티는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는데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위해선 서로에게 기대는 그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벗밭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혹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가영&기현 나의 기본적인 돌봄이 시작되는 곳인 것 같아요. 나의 식사를 챙기고, 쉼이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곳이길 바라요. 거창하지 않아도 누구나 나를 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맹그로브 동대문 15F 캔틴
맹그로브가 어떤 집, 어떤 커뮤니티로 성장하면 좋을까요?
가영 저는 처음부터 ‘맹그로브’라는 이름을 좋아했어요. 새우 양식 때문에 맹그로브 나무가 베어지자, 숲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원래는 나무 하나하나가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맹그로브도 이 나무답게, 다양한 사람과 존재가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어요. 저희는 제철 식재료와 건강한 식사라는 내용으로, 저희만의 고유함을 갖고 맹그로브에 찾아오면 되고. 다른 분들은 또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이곳에 찾아오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입니다.
기현 이미 너무 좋아요. 전부터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 아닐까 싶고요. 이곳에 오면 더 알고 싶고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요. 이렇게 일로, 혹은 모임으로 만날 때마다 ‘아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분은 참 재밌다.’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서로 초대할 수 있고 열려있는 커뮤니티 같아서, 이 모습이 계속 유지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글 | 박준하
사진 | 이라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