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 Talk] 맹그로브 신촌 Alicia 인터뷰
맹그로브 커뮤니티는 다채로운 배경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 갑니다.
그중에는 한국이 아직 낯설지만,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도 있죠.
이번에는 홍콩에서 서울로 1년간의 갭이어를 떠나온 맹그로버, Alicia(알리시아)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디서 왔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에서 온 알리시아입니다. 요즘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언어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병원에서 작업 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로 일했어요.
Q. 작업 치료(Occupational Theraphy)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어요.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언뜻 보면 물리 치료와 헷갈릴 수 있겠지만, 작업 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주로 하는 ‘활동’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말해요. 운동요법과 물리적인 소재 등으로 신체 회복에 집중하는 물리 치료와 다르게, 작업 치료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등 여러 방면에서 치료를 돕습니다. 옷 입기, 식사하기, 글쓰기처럼 일상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돕는 거죠. 소아과, 노인과, 정신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는, 매우 폭 넓은 분야랍니다.

Q. 작업 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어요?
어렸을 때 고등학교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해 본 적 있어요. 그때 작업 치료사들을 실제로 만나볼 기회가 있었죠. 재미있는 일 같아 보였어요. 그때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봤는데, 아이들이 사실 주로 하는 건 노는 행동이잖아요. 놀아주면서 치료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또, 작업 치료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자연스럽게 저마다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 점이 꽤 흥미롭죠.
Q.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나요?
환자분들이 아프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진 않아요. 하지만 그분들이 다시 조금더 나은 방향,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Q. 지금은 일을 잠시 쉬고 한국에 오셨죠. 어떤 계기로 오게 되었나요?
30대가 되고 나서, 지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대학원에 가겠다는 목표를 새로 세웠어요. 그리고 그 전에 저에게 1년이라는 휴식 시간을 주기로 했죠. 이 시간 동안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한국어 공부도 더 깊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Q. 한국말이 아주 능숙하세요. 어떤 계기로 처음 배우게 된 걸까요?
저는 한국어를 공부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어요. 예전부터 K-POP, K-컬처가 워낙 유명했잖아요. 특히 ‘런닝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는데, 어느 날 도서관에서 한국어 책을 발견했어요. 그 순간을 계기로 공부를 시작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Q. 맹그로브에 살기로 마음 먹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 유학을 결심한 뒤 어디에서 살지 많이 고민했어요. 개인 공간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맹그로브 신촌은 개인실에 작은 주방과 세탁기까지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또, MSC(Mangrove Social Club)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유학 생활이 더 재미있어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맹그로브를 선택했습니다.
Q. 맹그로브 신촌에 처음 도착한 날을 기억하나요? 그때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때 ‘와, 여기는 내가 서울에서 혼자 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도 깨끗하고 창밖 전망도 좋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공간이 잘 구분되어 있고 수납 공간도 충분해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 Alicia Yam
Q. 홍콩과 서울, 두 도시에서 살아보니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요?
두 도시는 사람도 많고 생활 템포도 꽤 빨라서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특히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붐비는 정도도 똑같아요.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은 넓은 공간이 더 많고 고층 건물이 적어서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고개를 들면 언제든 아름답고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점이에요.
Q. 홍콩에서는 어떤 형태의 집에 살았나요? 맹그로브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홍콩에서는 가족들과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그 지역은 도심이 아니지만 신촌처럼 편의시설이 많고 교통도 편리해요. 그런데 신촌에서 더 편리하다고 느낀 건, 24시간 편의점뿐만 아니라 식당도 있다는 거예요. 그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Q. 신촌은 서울에서도 대학가가 밀집한 동네인데요,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 느낌인가요?
서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가 바로 신촌이에요. 모든 게 다 갖춰진, 정말 편리한 동네거든요. 근처에 대학교가 많아서인지 편의시설이나 가성비 좋은 식당, 카페도 많아요. 가게가 많아서 가격을 조금만 비교하면 고품질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도 있고요. 학교도 가까워서 매일 걸어서 다녀요. 15분정도면 도착하니까요. 또 어디 놀러가고 싶을 때는 버스나 지하철로 언제든 쉽게 갈 수 있어요.
Q. 신촌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신촌 근처에는 편리한 시설이나 맛있는 카페, 식당이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맹그로브 바로 뒤에 있는 경의선숲길이에요. 거기에는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고, 연남동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거든요. 운동이 끝난 뒤에 마시는 좋은 커피 한 잔과 풍성한 브런치는 저에게 하루를 시작하는 최고의 순간이에요. 주말마다 경의선 숲길 근처에 있는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는 것도 큰 재미예요. 마치 도장깨기처럼요.

Q. 맹그로브에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만남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주세요.
제가 원래 참 내성적인 사람인데, MSC 프로그램 덕분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어요. 다들 저에게 친절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설날 전에는 한 맹그로브 이웃 친구와 함께 전통 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고, 한국 과자도 사서 고향에 가져가 가족들과 나눠 먹기도 했어요. 또 다른 친구들과는 운동을 몇 번 같이 하면서 친해졌는데, 요즘에도 자주 약속 잡고 운동하고 있어요.
Q. 친구들과 어떤 운동을 주로 하세요?
최근에 새로 배운 코프볼도 재밌고, 런닝도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맹그로브에 살기 전에는 러닝을 정말 못 했는데요. 예전에는 달리기 시작한지 5분만 되면 무릎이 아프곤 했어요. 그런데 러닝 MSC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맹그로브 이웃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자주 연습하다 보니 점점 나아지더라고요. 최근에는 25분 동안 뛸 수 있었어요. 예전보다 거의 5배나 늘어난 셈이죠.

맹그로브에 살면서 새 도전에 대한 마음도 더 열리게 되었어요.
Q. MSC 프로그램에도 자주 참여해 주셨죠. 특히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맹그로브에 살면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한국에 온 김에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가능한 한 다 도전해 보려고 했거든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강점 코칭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어떤 성격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디에서 그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궁금했거든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은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고, 제 타고난 성격을 스스로 잘 포용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한 덕분에 이런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었던 게 정말 다행이네요.
Q. 맹그로브 공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그곳에서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저는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공부할 때 가끔 맹그로브 신촌 5층에 있는 워크룸을 이용해요. 특히 워크룸 D를 좋아해요. 혼자 공부하는 공간이라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거든요. 다른 개인용 워크룸보다 조금 더 넓고, 조용한 환경이라 공부하다가 일어나서 간단히 스트레칭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 기말 시험을 준비할 때도 3시간 정도, 그곳에서 집중해서 공부한 적도 있어요.

Q. 맹그로브에서의 생활이 삶의 방식이나 생각에 어떤 영향을 준 것 같나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홍콩과 서울에서 생활 템포가 비슷하지만, 한국에 온 뒤 제 생활 패턴과 삶의 역할은 많이 달라졌어요.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쉬는 시간과 공간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이 필요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맹그로브에는 그런 쉼의 공간이 곳곳에 있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를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요.
마음과 환경에 이런 여유가 있어야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또 그것을 실천할 방법이 무엇인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맹그로브에 살면서 새 도전에 대한 마음도 더 열리게 되었어요. 한국에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거든요. 예전에는 운동을 거의 안 했는데, 요즘은 클라이밍, 코프볼, 등산, 러닝까지 도전해 봤어요. 그렇게 시도해 보니까 ‘나도 할 수 있구나’, ‘친구들이랑 운동하는 게 정말 재미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한국에도 여러 코리빙 브랜드가 있는 걸로 알아요. 그런데 맹그로브처럼 소셜 클럽 활동이 활발한 곳은 드문 것 같습니다. MSC 덕분에 한국 친구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Q.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나 계획이 있나요?
서울에서 산 지 벌써 반년이 넘었어요. 예전처럼 과거의 일에만 너무 집중하며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저에게 맞게, 지속할 수 있는 생활 템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좋은 습관들을 앞으로도 잘 유지하고 싶어요.
언젠가 이 경험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모든 경험이 결국 인생의 소중한 양분이 된다고 믿거든요.
글 박준하
사진 이라겸
2025.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