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울 때마다 도망칠 초록 세계를 마련해둔 건 정말 잘한 일이에요!

2022.9.28

[Knock,knock] 1504호, 임이랑 인터뷰

< Knock, knock 노크, 노크 >
7 personals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7인의 방을 소개합니다. 음악, 디자인, 식물, 사진, 요가, 인테리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개성의 라이프스타일과 깊고 내밀한 취향을 담은 7개의 방을 두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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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 PLANT LOVER
@nap717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하며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읽고, 쓰고, 듣고, 부르며, 삶을 이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이파리를 돌보는 작가의 방입니다.

 


 

 

Q. 이랑님은 언제를 기점으로 진정한 ‘그린핑거 green fingers’가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물 주기 3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물을 주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 물 주기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 3년을 보내고 나니 정말로 전보다 훨씬 많이 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린핑거 green fingers : 원예에 재능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

 

Q. 사시사철 이파리를 돌보는 사람의 방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노크노크 이랑님의 방을 소개해 주세요. 평소 애정으로 돌보는 아이들을 옮겨 오는 일이라 더욱 신경 쓰였을 것 같아요. 

저의 취향과 식물들을 모아둔 방이에요. 식물들의 행복을 위해 커튼을 걷어내고 최대한 빛을 볼 수 있게 했답니다. 식물들과 함께 제가 쓴 책과 그동안 낸 음반들을 전시했고요. 전시 일정에 맞춘 식물 일력을 침대 옆 벽에 붙여두었습니다.

 

Q. 낯선 환경에서 식물들도 몸살을 앓는다고 들었어요. 식물 몸살에 좋은 약도 역시 충분한 쉼일까요?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항상 ‘통풍’이라는 키워드를 드린답니다. 바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무궁무진해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정직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서 좋습니다.

 

Q. 이랑님의 책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에서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합니다. 샤워나 수영처럼 우리 몸이 물에 닿는 행동에는 우울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식물에게 물을 주는 일이 이랑님에게는 곧 마음에 물을 주는 일과 같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도 식물을 돌보며 마음을 더 돌보게 되지 않나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정직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서 좋습니다. 마음이 어려운 밤이면 이파리를 닦으며 생각을 비워내고 건강한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한답니다.

 

Q. 뮤지션, 작가, 디제이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세요. 읽고, 쓰고, 듣고, 부르는 삶 가운데 이파리를 돌보는 일은 이랑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건강하게 나를 들여다보며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다정한 말과 멜로디를 건네는 사람이고 싶어요.

두렵고 괴로울 때마다 도망칠 초록 세계를

마련해둔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Q. 코로나의 영향으로 ‘반려 식물’ ‘플랜테리어’ 등이 인기이잖아요. 전만큼 자유롭게 자연을 누릴 수 없는 데서 오는 현상인 것 같아요. 꼭 집 안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조금 더 가까이 초록을 곁에 두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걸으세요! 최선을 다해 좋은 계절을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집 밖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에 관심을 가지고 지내다 보면 평범하던 동네도 훨씬 생기 넘치게 다가와요.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을 상상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요

 

Q. 창의 크기, 빛의 양과 방향, 습도에 따라 맞는 수형의 식물이 다르잖아요. 맹그로브 동대문의 네모난 창에 어울리는 식물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맹그로브 동대문은 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멋진 창문이 있어서 대부분의 실내식물을 즐겁게 키울 수 있답니다. 알로에나 아가베같이 작고 뾰족한, 카리스마 넘치는 식물들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Q. 가드닝은 ‘자기를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식집사로 지내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나는 정말 나와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합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 두렵고 괴로울 때마다 도망칠 초록 세계를 마련해둔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Q.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왠지 싫어하는 일에도 열성적일 것 같아요. 요즘 특별히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골프장이 싫어요. 그곳에서 사용되는 물과 농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집니다. 벌과 나비를 죽이면서까지 즐겨야 하는 스포츠라니 끔찍해요.

 

Q.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에 이어 세 번째 책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가 세상에 나왔어요. 어떤 책인지 자랑해 주세요. 

삶에서 가장 꾸준했던 것이 불안입니다. 이제는 불안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싶어졌어요. 불안에 대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식물과 평안에 대해, 사람과 마음에 대해 적었습니다.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는데요, 막상 책을 세상에 펴내고 나니 세상과 더 가까이 서 있는 기분이 들어요.

건강하게 나를 들여다보며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다정한 말과 멜로디를 건네는 사람이고 싶어요.

 

Q. 괴로움, 불안, 우울, 부정의 단어는 이랑님에겐 원동력이고 영감인 것 같아요. 이런 단어들이 개인적으로는 이랑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해요. 

원동력은 아니고요, 끊임없이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감정들 아닐까 싶어요. 최선을 다해 도망칩니다만 불안하고 괴롭고 우울해도 계속해나가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Q. 많은 식물을 죽이고 살리셨을텐데, 가장 오래 함께한 반려 식물의 나이가 궁금해요. 

많이 자라 멋있어진 식물들은 새로 이사한 친구나 큰 집을 가진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입니다. 지금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친구는 10살 먹은 난초입니다.

 

Q. 이랑님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삶에서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에요. 프리랜서로 일도, 쉼도 대부분 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눈 닿는 곳마다 좋아하는 것들을 배치해두고 있어요

 

Q. 언제 어디 있을 때 가장 자기답다고 느끼나요?

물론 집입니다. 식물들에 둘러싸여 피아노를 치고 단어를 옮겨적을 때만 느껴지는 평안과 즐거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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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9. 7 (WED) – 22. 10 .7 (FRI)
12:00 – 19:00 Monday off
중구 퇴계로 334, 맹그로브 동대문 1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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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다보미
사진 |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