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열기를 모아 빛을 내는 일과 닮았어요.

2022.9.14

[Knock, knock] 1503호, 맛깔손 인터뷰

< Knock, knock 노크, 노크 >
7 personals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7인의 방을 소개합니다. 음악, 디자인, 식물, 사진, 요가, 인테리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개성의 라이프스타일과 깊고 내밀한 취향을 담은 7개의 방을 두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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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손 GRAPHIC DESIGNER
@mat_kkal
디자인 스튜디오 <MHT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시 작가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입니다.
영감 가득한 디자인 스튜디오 ‘More Heat Than Light’의 불 꺼지지 않는 오피스 공간입니다.

 


 

 

Q. 맛깔손이라는 예명이 재미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 작업실 근처에 있는 좋아하는 식당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큰 의미를 담기보다 외래어로 번역했을 때, 완벽하게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 특히 시네필들에겐 <기생충> 각본집, <아가씨> 사진집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죠. 영화와 관련된 작업은 개인적으로 맛깔손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원래 영상을 전공하기도 했고, 어릴 적부터 영감을 받은 자료들이 모두 영화에서 비롯되어서 영상언어에 익숙해요. 자연스럽게 그래픽 디자인을 할 때도 영화나 영상 작업에서의 구상-작업 단계를 그래픽에 적용시켜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전에는 포스터 작업도 스토리보드처럼 씬 스케치를 하곤 했어요. 인물 위주의 미장센이 살아있는 포스터처럼 타이포를 캐릭터에 등치 시켜보기도 하고요.

영화 콘텐츠의 책 작업을 할 때마다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화면의 인물을 어떻게 하면 납작한 지면으로 잘 옮겨서 전달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요. 특히 표지부터 간지, 목차를 통해 들어가는 도입부의 표현을 신경 쓰는 편이에요. 책 전체의 덩어리감은 영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기념비적인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도 열기를 모아 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Q. 단독 작업자에서 ‘More Heat Than Light’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셨어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최근에는 어떤 재밌는 작업들을 하셨는지 들려주세요. 

‘More Heat Than Light’은 사무실을 옮기면서 구매한 실크스크린 포스터에 쓰여진 문구였어요. 사전을 찾아보니 전구나 전등에서 빛을 낼 때, 사실은 빛에너지보다 열에너지가 더 많이 분출된다는 뜻이더라고요. 저희 스튜디오가 하는 디자인도 열기를 모아 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착안했어요.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F&B 관련 브랜딩을 하기도 하고, 복합문화공간의 사이니지, 웹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디자인 등 다소 광범위한 범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마침 이번 주에 원소주와 협업한 굿즈들이 성수동 팝업에서 소개가 될 예정인데 워낙 인기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현장에서 느껴질 피드백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영감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근육운동하듯이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걷고, 책을 보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방법을 찾아요.

 

Q. 노크노크 맛깔손님의 방을 소개해 주세요. 특별히 애정을 담은 공간과 사물이 있다면 자세히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MHTL 스튜디오 작업실을 작은 버전으로 옮겼어요. 실제로 작업할 때 듣는 음악, 책, 향을 옮겨 놓은 공간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studio visit’을 왔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를 위해 스튜디오 마스코트인 ‘불멍’ 캐릭터 인형도 제작했는데, 벙크 베드 2층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에요! 함께 사진도 찍고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본인과 동료들이 속해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MHTL을 설명하며 ‘불 꺼지지 않는 작업실’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이토록 열정적인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저희는 평소에 서로의 취향을 많이 공유해요. 음식이나 옷, 음악, 놀이, 아이돌, 미술 등 다양한 이슈로 대화를 나누는데 작업할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덕분에 하나의 작업 파일을 열어서 실시간으로 수정, 개선을 거듭하는 데 합이 잘 맞아 결과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가 많아요. 평소에 나누는 대화들 덕분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게 되고 작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Q. 꼭 지키려고 하는 일상의 규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식사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12시에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5~6시 경에는 간식 타임을 가지려고 해요.

 

Q. 영감은 샤워를 할 때처럼 엉뚱할 때 찾아 오곤 하잖아요. 맛깔손님에게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에게 영감은 이상하게도 ‘잔인한’ 순간에 나타납니다. 시간과 돈이 없을 때, 물리적으로 가진 것이 없어 허름하고 수세에 몰릴 때 나타나죠. 최근에는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근육운동하듯이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걷고, 책을 보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Q. 작업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자신만의 룰이 있나요?

작업하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햇빛, 창문, 층고 이렇게 세 가지예요. 하나 더, 작업자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좋다는 생각해요. 저희 스튜디오에서는 한 명당 책상을 2미터씩 쓰고 있어요!

 

Q. 현재는 단독의 반려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계시잖아요. 여려 명의 반려인과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맹그로브에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타고난 외향인이라, 언제 어디서든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생활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 설치로 나흘 정도 맹그로브에 방문하는 동안, 15층의 공유 주방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어요. 섬세하게 잘 설계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이야기 나누는 풍경 안에 함께 있다는 게 마음 따뜻해지고 안전한 느낌을 받았어요.

 

Q. 쉼 없는 디자이너의 일상이 연상이 돼요.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 있나요?

보상은 아직 아이디어가 없어서 실행을 못하고 있어요. 집에서 반려묘 처칠의 배를 만지며 누워있는 것이 그저 큰 행복이에요.

 

 

Q. 다양한 작품 세계를 지치지 않고 보여 준다는 점에서 꾸준히 기대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앞으로 전혀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 또는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보통 디자인 스튜디오는 클라이언트 잡이 90프로 이상 해당되기에, 지금 하는 다양한 업무과 브랜딩 경험을 가지고 MHTL에서 기획한 브랜드를 릴리즈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특정 물건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맹그로브처럼 물리적인 공간이 베이스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고 즐기고 싶다는 그림이 더 가까운 것 같아요.

 

Q. 언제 어디 있을 때 가장 자기답다고 느끼나요?

단연코, MHTL 스튜디오 작업실에 멤버들과 있을 때요!

 

Q.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의 소개로 일을 하게 되는 일들이 많잖아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 커뮤니티의 도움에 대해 실감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사람들 덕분에 일이 이어진 경우가 더 많아요. 물론 인스타그램은 메인 홍보 채널로 사용하기에 그렇기도 하고요. 제가 속해있는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에서도 회원들끼리 활발히 소통하고 교류하며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데,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을 실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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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9. 7 (WED) – 22. 10 .7 (FRI)
12:00 – 19:00 Monday off
중구 퇴계로 334, 맹그로브 동대문 1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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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다보미
사진 |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