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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게 해주는 집

2021.12.10

[ARTIST CIRCLE] 1608호 임기환 인터뷰

ARTIST CIRCLE

‘아티스트 서클’은 동시대 작가들을 서포트하는 맹그로브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일러스트 및 크래프트 작가, 음악가, 만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에게 맹그로브의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서울, 국내 최대 규모 코리빙 맹그로브에서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동시대 작가 4명의 흥미로운 맹그로브 라이프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아티스트들이 직접 필름 카메라에 담은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일상의 기록들도 함께 만나보세요.

 

 

거침없이 슥슥, 일러스트레이터 임기환이 일상을 담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는 듯 보인다. 자주 걷고 조용히 관찰하며 잘근잘근 사유한 결과일 것이다. 도드라지는 색채와 빈틈없는 터치 때문에 디지털 작업으로 곧잘 오해 받곤 하지만, 아크릴과 수채 과슈 물감, 마커 펜이 그의 주 작업 도구다. 손으로 정직하고 빼곡하게 칠한 그의 그림은 꼭꼭 눌러 담은 진심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색색의 물감이 흐드러진 스케치북 앞에 앉아 임기환은 정작 자신을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저는 상황이나 환경, 사람에 따라 색이 바뀌는 사람 같아요. 대부분의 색깔의 이미지는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하는데, 결국 모든 색을 섞으면 나오는 검은색이 아닐까요.”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관객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요.

 

 

Q. 그림에서 일상을 바라보는 맑은 시선이 느껴져요.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전달하는 방식이 친절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관객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요.

Q. 기환님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가장 나와 닮아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치 반려 식물이나 반려동물을 기르듯이 잘 가꾸고 보살펴주어야 하고요.

집도 반려 식물이나 반려동물을 기르듯이 잘 가꾸고 보살펴주어야 해요.

 

 

Q. 작업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자신만의 룰이 있나요?

향을 모으는 것을 좋아해요. 인센스, 팔로산토, 룸 스프레이같이 순간적으로 기분을 전환시켜줄 수 있는 것들이 작업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그림을 그릴 때 소재로서 사용하는 것도 좋아하죠. 방을 채울 때도 작업에 필요한 도구 다음으로 평소에 아끼던 향과 오브제로 채워나갔어요.

Q.  타인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공유 주거는 평소에도 관심 있게 생각하던 주거 형태였어요. 코리빙 하우스가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어요. 평소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나누어 생활하지 않는 편이라서 입주하기 전, 지하 2층 코워킹 공간이 가장 기대됐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생각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것 같아요.

 

 

Q. 낯선이의 눈을 사로잡은 신설동의 매력들이 궁금해요.

평일 낮의 성북천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하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동묘시장, 경동시장 등 굉장히 활기찬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다이내믹한 동네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그런 반전이 가장 눈을 사로잡은 것 같아요.

Q.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일이 많잖아요. 맹그로브에서의 작업은 어땠어요?

평소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근처 카페에 가서 작업하곤 하는데, 맹그로브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기만 하면 다양한 공용 공간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고 좋았어요. 아무래도 혼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기찬 분위기의 맹그로브 생활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조금씩 적응해 나가던 중에 벌써 두 달의 아티스트 서클 기간이 끝나간다는 것이 아쉬워요.

Q. 맹그로브는 다양한 교류와 소통으로 북적이는 공간이에요.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맹그로브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 점이 생각을 한곳에 머무르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 서클 내에서도 서로 주최한 프로그램을 듣는 등의 긍정적인 교류가 많았어요. 맹그로브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맹그로브 소셜 클럽’ 프로그램도 알차더라고요. 저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나중에 한약 냄새를 맡으면 약령시장 거리를 지나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요.

 

 

Q. 산책을 자주 즐기신다고요. 두 달간 생활하면서 어떤 길을 걸었나요?

맹그로브 신설 바로 앞으로 흐르는 성북천과 걷다보면 만나는 청계천은 익숙하실 것 같아요. 신설동 근처에 약령 시장이라는 약재 전문 시장이 있어요.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발견하게 됐는데 한약재 특유의 향이 온 거리를 뒤덮고 있어서 왠지 지나가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장 안에 한방 콘셉트의 카페들도 곳곳에 있어서 색다른 산책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 정취와도 잘 어울려서 기억에 많이 남고요. 나중에 한약 냄새를 맡으면 그 거리를 지나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요.

Q. 맹그로브에서의 최고의 한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맹그로브에서 지내는 동안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마침 가을 동안 살게 되어서 매일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누렸어요. 생각해 보니 최근에 들어서 이렇게 천천히 오랫동안 주변을 둘러본 적이 없더라고요. 성북천을 천천히 산책하며 마주했던 장면들을 최고로 꼽고 싶어요.

Q. 예비 멤버를 위한 맹그로브 이용 팁을 공유해 주세요.

코리빙 형태의 주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누리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아요. 맹그로브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거예요.

 

 

©Lim Kii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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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다보미
사진 | 이석현, 임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