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방은 그 사람의 세계다

2021.8.4

[Knock, Knock] 704호 예진문 인터뷰

예진문은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공기의 촉감에 맞게 집을 단장하며 ‘Oth,(오티에이치콤마)’를 통해 취향을 담은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디렉터이자 <예진문의 취미기록>을 출간한 작가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과(일기, 드로잉 노트, oth,의 모든 제품) 좋아하는 책들, 좋아하는 음악들을 나누는 예진문의 방. 그녀의 브이로그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 거에요. 의자나 침대에 편하게 앉아서 맘껏 즐겨보세요. 전시 <노크노크 Knock, Knock>는 8월 말까지 진행됩니다.


Q. 브랜드를 런칭하고 책을 내고 작업실을 확장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어 보여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지내고 있는데 벌써 8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Oth,의 업무를 하는 동시에 요새는 정말 감사하게도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양한 곳과 협업을 하며 경험의 폭을 계속 늘리면서 지내고 있어요.

Q. 이번 전시를 통해 예진님의 공간을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게 되겠네요. 나만의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다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것이어야 해요. 작은 오브제를 살 때도 인스타 피드에 많이 보여서, 유행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가?’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사요. 그런 것이 하나 둘 모이면 저의 취향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로만 내 공간을 꾸려나가는 거예요.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저만의 전시공간인 것 같다는 말을 해주시는데 무척 기뻤어요. 그리고 일단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아도 쇼룸처럼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제가 정말 살고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이었으면 해요.

많은 분이 제 방을 좋아해 주셔서, 제 자취방을 그대로 본뜬 방을 구상했어요. 새 물건만 진열하면 모델하우스 느낌이 강할까 봐 제가 오랜 시간 사용했던 물건들 위주로만 가져와서 연출을 해봤어요. 처음 오신 분들도 친한 친구 방에 놀러 온 듯한 기분으로, 편한 마음으로 들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송시영

Q.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정말 많네요.

창문에 커튼처럼 달린 건 제가 양양에 가서 촬영한 사진이에요. 이 패브릭 포스터는 제가 삶의 의욕도 잃고 무척 힘들었던 시절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풍경인데, 이 풍경을 저희 집에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어요.

선반에 놓여있는 인센스 홀더는 “해무”라는 이름으로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에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된 인센스 홀더에요. 인센스를 피우기 전에는 잔잔한 바다이지만, 인센스를 피면 연기가 피어오르기 때문에 잔잔한 바다 위에 안개가 내려앉은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요. 또한 빛이 드는 곳에 세워두면 물그림자가 생겨서 홀더 외에도 오브제처럼 활용도 가능한 제품이죠.

방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알록달록한 꽃병은 베니스 무라노에 판매하는 제품이에요. 여행 당시에는 제가 당장 밥 사 먹을 돈도 없어서 구매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귀국을 했는데, 이후 4년 뒤 연희동에 있는 빅슬립에서 무라노에서 제작한 화병을 만나서 너무 신기한 마음에 바로 구매를 했어요. 화병에 꽃을 넣고 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다운 화병이에요.

ⓒ 송시영

Q.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소개된 한강 패브릭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들었을 때 무척 놀랐는데요. 사진을 커튼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들 사진이라고 하면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많이들 생각하시는데요. 저 역시 종이 포스터로도 몇 번 판매를 해봤지만, 이번에는 한강을 테마로 하되 뭔가 새로운 형태를 찾고 싶었죠. 정지되어 있지만 움직이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물의 투명함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빛이 투과되어 비치는 원단을 엄청 찾아다녔어요. 바람에 흩날렸을 때 물결이 일렁거리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한강의 물빛이 집안으로 들어와 창밖으로 한강이 보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요.

Q. 집에서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예진님의 하루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티에이치콤마의 일이나 여러 프로젝트의 급한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요. 그 뒤에는 집안 곳곳에 있는 식물을 돌봅니다. 저희 집은 2시에 볕이 가장 많이 드는데요. 그때 일광욕을 하면서 소파에서 책을 봐요. 그러다 낮잠을 자고요. (웃음) 저녁이 되면 간단하게 요리를 해서 먹어요. 밥을 먹은 뒤에는 좋아하는 디저트를 해 먹어요. 그 후 빔으로 영화를 보고요. 한량 같기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려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Q. 집의 곳곳을 잘 활용하며 하루가 꾸려져 있네요.

네, 공간별로 완전히 나누어져 있어요. 대부분의 작은 집은 주방과 거실의 역할이 불분명한데 저희 집은 명확하게 분리해 두었어요. 거실뿐만 아니라 다른 방들의 쓰임 역시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작은 방에는 큰 테이블을 두어 평소에는 혼자서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쓰고요. 친구들이 오면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사용해요. 거실은 책을 읽는 공간이고요.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해요. 큰방에는 침대만 있어서 오로지 수면만을 위한 공간이에요. 집 곳곳을 좋아하는 것들로 꾸몄지만 침대 주변까지 소품을 두지는 않았어요. 수면에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쉬고 싶어서요.

Q. 편안함을 주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정말 중요한가 봐요.

맞아요. 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거나 너저분하면 애정이 잘 안 생기고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잖아요. 자꾸 밖으로 방황을 하게 되죠. 저도 그랬어요. 집이 안정되기 전에는 저도 인스타그램 속의 예쁜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많이 방황했어요.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공간욕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실제로 잘 활용하는 활동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집에서의 여러 생활에 애정을 붙이게 되더라고요.

ⓒ 송시영

Q. 지금 사는 집이 독립 후 몇 번째 집인가요?

네 번째 집이에요. 처음 독립했을 때는 동창 4명과 원룸에서 3개월 정도 살았고요. 취업을 한 뒤에는 4평짜리 원룸에서 한동안 살았어요. 집을 보는 눈과 가격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그때부터 생긴 것 같아요. 그 뒤에는 8평 오피스텔에서 살았어요. 이후 중기청 전세대출을 통해 바로 여기 근처 종로구의 집을 구했어요.

집이 작으면 공간을 중첩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게 쉼에 꽤 방해 요소가 되더라고요.이전 집들은 원룸이고, 전부 개방되어 있다 보니 공간별로 쓰임을 구분하기가 어려웠죠. 수납공간도 적었고요. 네 번째 집으로 이사 오면서 방마다 공간의 쓰임을 명확히 해두니까 휴식, 편안함에 대한 가치가 더욱 확실해지더라고요.

Q. 오늘 맹그로브 신설을 쭉 둘러보셨는데, 어떤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드셨어요?

다 맘에 드는데 어떡하죠? 큰일입니다. 라운지에 있는 다양한 문화 공간과 1층의 카페, 심지어 주방과 빨래방이 이렇게 이쁠 줄이야… 동대문구의 전경이 보이는 20층에서 와인 한 잔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특히 방마다 옵션으로 있는 가구와 집기들이 끝내줘요.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을 쓴 노력이 너무 잘 보여서 감동이었어요

저희 집이 바로 옆인데, 집 놔두고 맹그로브에 살고 싶어졌어요. 이곳에 머물면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데… 진짜 살까 봐요.

ⓒ 노경

Q. 언제든 환영이에요. 예진님의 무드를 지키기 위해 꼭 챙기는 리추얼이 있을까요?

식물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제게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그 다음으로는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일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오랫동안 지켜오던 리추얼인데 이게 하나둘 쌓이면 제 역사가 되더라고요. 저는 뭐든 잘 까먹는 편인데 사소한 것들도 기록으로 남겨서 추억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기록들이 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오티에이치콤마 상품 제작에 영감이 되기도 해요. 주로 집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실에서는 영감을 펼치는 것 같아요. 일기를 쓰다가 뭔가 떠오르는 게 있다면 아이패드에 옮겨두는데, 그걸 작업실에 가져와서 행동으로 옮깁니다.

Q. 마지막으로, 집에서 간단히 해먹는 요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프렌치토스트! 간단하고 진짜 맛있어요.

재료: 부라타치즈, 식빵 2개, 계란 2개, 장봉햄, 꿀, 치즈, 설탕, 계피가루, 소금 우유

1. 큰 볼에 계란 2개와 우유, 계피가루 반 숟가락, 설탕 4꼬집정도 넣고 잘 섞어준다.
2. 잘 섞어준 계란물에 식빵을 한 장씩 30초-1분정도 담궈주고, 기다리는 시간에 작은 팬에 버터를 두른다. (많이 두르면 두른 만큼 맛있다.)
3. 계란물이 잘 스며든 식빵을 뜨겁게 달궈진 팬에 넣고 20-30초(약불) 뒤 뒤집어 준다.
4. 구워진 식빵 위에 꿀을 뚬뿍 뿌리고 장봉햄을 올린다.
5. 햄 위에, 식빵 가운데 부라타치즈를 올려놓고 마지막 장식으로 치즈를 갈아서 마무리한다.

TIP! 메이플시럽이 있다면 꿀대신 메이플 시럽을 쓰자

ⓒ 예진문


노크노크 Knock, Knock
21.07.02(FRI) ㅡ 21.08.31(TUE)

밀레니얼을 위한 건강하고 유쾌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셰프와 북튜버, 포토그래퍼, 페인터, 영화 배급사, 밴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총 10팀의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입주해 서로 다른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물씬 묻어나는 자기만의 집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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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우, 김진영
사진 | 송시영, 예진문,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