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건 삶을 꾸려 나가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2021.7.28

[Knock, Knock] 703호 요나 인터뷰

재료의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팝업 식당, 칼럼 기고, 워크숍, 영상 제작 등 음식과 관련된 여러 작업을 하는 요나님의 방은 방금 출근한 듯한 생활감이 느껴지는 편안한 방입니다. 늘 바쁜 듯하지만 그 안에서도 삶의 여유와 생활 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방이기도 하죠. 

누군가에게는 도전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매일 하는 일인 요리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여름 추천 레시피,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 동묘 득템 노하우까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옥인동에 작업실을 새로 이사해서 거길 꾸리고 있고, 지난달에 처음으로 팝업 식당을 열었어요. 파아프 템페(PaAp TEMPEH)라는 회사에 다니면서 살고 있습니다.

Q. 전시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새로 연 곳이니 차가운 느낌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원래 누가 살던 곳 같은 느낌. 나의 작업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누가 있다가 간 것 같은, 내가 있으면 편안할 것 같은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집에 있는 걸 가져왔어요. (웃음) 제가 집순이다 보니 집에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갖췄거든요.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Q. 실제로 쓰는 방과 굉장히 비슷하겠군요. 네. 되게 비슷해요.

ⓒ 송시영

Q. 몇 가지 꼽아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아무래도 식재료들이 보여요.

집에서 굳이 뭔가를 해먹지 않아도 식재료가 집에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방 안에 있을 때 활기를 주는 것 같아요. 너무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곁에 두고 보면 힘들 때도 좋더라고요. 꽃이 다른 분들에게는 그런 매개가 될 텐데 저는 호박이나 양파, 감자 같은 것들을 주변에 놓기도 해요. 담근 거나 말린 것도 옆에 그냥 두고 있어요.

Q.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커피인데요. 커피는 거의 매일 마시고 빼놓지 않는 일과여서요. 커피 도구들을 가져왔어요.

Q. 패브릭 아이템이 매우 많은데요, 평소에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꾸밀 수 있는 소재 중에 나무 다음으로는 패브릭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공을 들이지 않고 꾸밀 수 있는 것 중 하나라 생각해요. 특별히 기술이 없어도 걸쳐두거나 가지고 있기만 해도 공간을 꾸미기가 너무 쉬워서 좋아요. 소리를 먹어주는 역할도 해서 소리도 흡수되고, 쿠션이나 패브릭을 놔두면 공간 내 소리가 좀 더 편안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천을 많이 두는 편이에요.

Q. 맹그로브 신설을 투어하면서 쭉 돌아보셨잖아요. 가장 마음에 드셨던 곳은? 시네마 룸. 요즘 저도 집에 그런 공간을 만들려고 스크린을 세팅해서 영화랑 게임이랑 하고 그러거든요, 시네마 룸은 완벽한 공간이죠. 집에서 저렇게 꾸미려면 방 하나를 다 써야 하면서도 매일 활용하진 못하잖아요. 집 안에 있으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Q. 맹그로브에는 두 개의 층마다 키친이 있어요. 요나 님께서 함께 요리해서 먹는 재미나 보람에 관해서 얘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1인분을 요리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너무 배고픈데 너무 피곤할 때 혼자 있는 것과 둘이 있는 건 추진력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아마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일텐데 내가 해주는 요리를 누가 맛있게 먹어줄 때 너무 기분 좋은 거 아시죠, 그런 마음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리빙에서는 그게 제일 큰 매력이지 않을까요? 같이 만나서 계속 수다를 떨긴 힘들어도 잠깐 하루 한 끼 정도는 많이 만들면 같이 먹고.

외국에서 셰어하우스 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었을 때 제일 좋았던 게, 일곱 명 정도 사는 집이었는데 요일을 정해서 밥을 하는 거였어요. 월요일 담당, 화요일 담당 이렇게. 일주일에 하루만 요리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요일 밥은 따라오는 거니까. (웃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게 식사이지 않을까 싶어요. 같이 살면서 그런 커뮤니티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 요나 인스타그램

Q. 요나님은 독립이나 혼자 산다는 것에 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혼자 산다는 게 꼭 물리적인 1인으로 산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계를 자기가 맡아서 삶을 꾸려  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독립 후 제가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화장실 휴지를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냥 집에 있던 건데, 내가 돈을 벌어서 사야 하는 거구나’ 깨달은 거죠.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걸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뭘 줄이고 늘려야 하는지가 가늠할 수 있게 되잖아요. 살림에 관해 조절을 할 수 있는 연습은 평생 해도 계속 해야하는 거여서, 최대한 일찍 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어요. 그런 것들을 하다 보면 나를 잘 알 수 있기도 해요.

Q. 대부분의 1인 가구에게는 더욱 그렇지만 제철 음식, 계절 음식을 챙겨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요즘은 워낙 SNS가 관심사 기반으로 제안해주니까 조금만 의지를 가지고 찾아보면 정보가 쏟아져 나와요. 그런 태그를 몇 개 관심 등록을 해놓거나 그런 피드를 올리시는 분들 한 명만 팔로우해도 연달아 나오니까요. 예를 들어 농부님을 한 분 찾아서 팔로우를 해놓으면 그 사람이 뭔가 계속 올린단 말이에요. 오늘 뭘 수확했다, 오늘 뭘 판다. 그 사람 것만 따라서 사본다거나 할 수도 있죠.

요리를 당장 안 하던 사람이 매일 하는 게 쉽지 않고, 그렇게 하다 무리가 와서 ‘난 역시 요리를 못해’, ‘요리는 너무 힘들어’ 하면서 그만두는 게 제일 최악의 시나리오라 생각해요.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무리 안 하고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연습만 해도 충분하고요. 바쁜데 어떻게 매일 챙겨 먹어요. 못 챙겨 먹는다고 나를 탓하지 말고, 대충 먹어도 되니까 먹되 관심은 계속 가지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노력해서 해보고. 맹그로브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같이 사는 사람들과 그런 시도와 공유를 해보기 너무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 요나 인스타그램

Q. 여름에 어울리는, 혹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추천해주신다면.

봄에는 이파리들이 나오다가 여름에는 감자, 가지, 토마토가 나와요. 덩어리가 있는 열매들이 수확되는 시즌이라 저는 다 모아다가 파스타도 많이 해 먹어요, 아! 저는 여름 카레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여름에 나오는 것들이 카레 끓이기 좋거든요. 잘게 다 썰어서 카레에 넣으면 쉽고 맛있어요.

Q. 옷장에 걸린 옷이 너무 유니크하고 예뻐요, 인스타그램에서 동묘에서 득템한 옷을 올리기도 하셨는데요.

한국에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 옷을 어디서 사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동묘는 아주 좋죠. 득템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동묘는 옆에 없어서 다행이지 집 옆에 있었으면 엄청나게 갔을 거예요.

Q. 맹그로브 바로 옆이에요, 가봐야겠어요. 예산은 5만원이면 될까요? 오만원이면 과소비죠. 일단 가서 자세를 쭈그려야 해요. 잘 헤집어 찾아보면 세 벌에 오천 원에 좋은 옷을 살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종로 점퍼도 그렇게 산 거고요. 보통 삼만 원이면 엄청 많이 살 수 있어요. (웃음) 맹그로브 살면 주말에 구경가기 좋을 것 같아요.


노크노크 Knock, Knock
21.07.02(FRI) ㅡ 21.08.31(TUE)

밀레니얼을 위한 건강하고 유쾌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셰프와 북튜버, 포토그래퍼, 페인터, 영화 배급사, 밴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총 10팀의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입주해 서로 다른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물씬 묻어나는 자기만의 집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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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우
사진 | 송시영, 요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