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의 자유롭고 다양한 삶을 위한 매일의 노력

2021.1.25

MGRV 커뮤니티팀 허주혜 매니저 인터뷰

Q. 주혜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공유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매니저 허주혜입니다. MGRV 1호 직원이고요. (웃음) 이제 입사한 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 엄종헌

 

Q. 커뮤니티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맹그로브의 오프라인 공간, 즉 주거 공간 운영 전반의 일을 하고 있어요. 우선, 멤버 분들이 입주하기 전 맹그로브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질 때부터 입주 후 퇴실할 때까지의 모든 대면 안내를 하는데요. 맹그로브 홈페이지에서 방문 상담 예약을 하실 때 커뮤니티 팀에서 만든 신청 설문지를 작성하게 되어 있어요. 작성해주신 내용을 토대로 어떤 룸타입을 추천해드릴지, 라이프스타일 선호도와 가격대 등을 먼저 파악합니다. 이후 방문 상담을 통해 개별 공간과 공용공간을 보여드리고 맹그로브라는 브랜드에 대해 소개도 해드리고요. 상담 후 계약, 입주 당일 안내까지 모두 커뮤니티 매니저가 담당합니다.

입주와 퇴실 과정 외에도 하우스 프로그램인 소셜클럽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나 멤버분들의 시설 관련 문의사항에 대한 운영 역시 커뮤니티 팀에서 담당해요. 입주 멤버분들이 맹그로브를 맹그로브답게 누릴 수 있게 하는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웃음)

 

Q. 호텔의 컨시어지와 커뮤니티의 모더레이터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입주 멤버들의 기대 역시 그 사이 어디쯤이겠지요.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일의 균형점을 어떻게 잡고 있나요?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이 모든 브랜드마다 다 조금씩 달라요. 심지어 같은 코리빙 브랜드끼리도 역할의 범위가 다르고요. 맹그로브의 경우 컨시어지와 모더레이터 딱 중간지점에 있는 것 같은데, 컨시어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분명 맹그로브의 대원칙이 있지만, 멤버들과의 소통과 조율의 여지도 있죠. 그래서 커뮤니티 팀은 최대한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에 있으려고 해요. 멤버들과 자주 인사하고, 대화하려고요. 개개인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되면 유대감도 생기고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부드럽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특정 공간에서 악취가 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건물 시공상의 이유인지, 개인 사용상의 문제인지에 따라 해결의 주체가 달라지는데요. 멤버들과 커뮤니티 팀이 서로 솔직하고 원활하게 소통해야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해결도 할 수 있어요. 커뮤니티 팀 역시 여전히 사례별로 컨시어지와 모더레이터로서의 역할 기준을 세워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평상시 멤버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평소 입주 멤버들을 케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실 맹그로브에서는 일반적인 집보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소셜클럽과 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거나, 한 달에 열 잔의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다거나 하죠.

그럼에도 정말 중요한 건, 집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이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주방에서 밥을 해 먹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거나, 하루에 한 번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그 위에 아무리 다른 것들이 제공된다한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코리빙 하우스도 어쨌든 ‘집’이잖아요.

 

Q. 맹그로브 1호점, 숭인점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어요?

숭인점이 첫 지점이다 보니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큰 낙오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 무탈하게 운영한다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예를 들어 계약서에 너무 말도 안 되는 문구가 쓰여 있지 않도록 확인하고, 시설에 물이 새지 않게 하고, 문의가 한 곳에 몰리지 않게 하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요. 

그러면서 동시에 숭인점은 24명을 위한 집이지만, MGRV가 계속하려는 건 대규모의 코리빙이기에 24명을 위한 작은 집이 하나의 모듈이 되어야 했어요. 운영 체계를 갖춰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 다음, 이걸 확장하면 나중에는 이 모듈이 세 개, 열 개, 스무 개짜리 집이 나올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24명을 위한 숭인점은 주방의 모든 도구가 두 세트인데 240명일 때는 스무 세트이면 되는가?’ 하는 거죠.  

 

© 최모레

 

Q. 모듈형 운영체계를 위해서는 모든 요소에 ‘시도의 이유’가 있어야 했겠어요.

맞아요. 지하 1층 라운지 좌석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관문으로 들어올 때 보이는 시선의 높이가 어때야 할지, 주방의 구성은 어떤 동선으로 몇 개씩 배치해야 할지, 팬트리의 수납박스는 투명이어야 할지 불투명 이어야 할지와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설계사무소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 Brique

라운지 좌석 구성의 경우,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좌석이 한 가지 타입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섞이기보다 어색함이 강해져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긴 테이블 형태의 좌석도 있고, 소파 테이블이나 원형 테이블 등 배리에이션을 줬어요. 

또, 숭인점은 현관문에서 입구를 들어올 때 공용공간인 라운지가 살짝 고개 너머로 보이게 되어 있어요. 현관문에서 들어오기 전에 공용공간에 합류할지 아니면 방으로 바로 들어갈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더 나아가 공용공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도 별도로 있어요. 정말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그냥 방으로 빨리 숨어 들어가고 싶은 날도 있을 수 있잖아요.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면 언제든 함께가 될 수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어색함 없이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자유롭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코리빙 하우스를 만들자

그게 맹그로브의 철학이었고, 공간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어요. 사용자의 필요가 무엇일지 꼼꼼하게 리서치해서 반영했고요. 오픈하고 저도 한동안 실제로 살아봤는데 기획 당시의 의도가 정말로 작동하는 것을 발견할 때면 뿌듯하기도 했죠. (웃음) 앞으로 이런 모듈형 운영체계를 어떻게 갖춰야 할지 2호점, 3호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 KIM JAE HOON STUDIO

 

Q. 곧 2호점도 오픈한다고 들었어요.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1호점 숭인점의 경우 24명의 멤버만을 위한 작은 집이었는데요. 곧 오픈하게 될 2호점은 약 300명의 멤버를 위한 대규모 코리빙 하우스예요. 숭인점의 경우 100% 주거공간만 있는데, 2호점의 경우 층을 분리하여 단기 숙박도 가능하게 운영할 예정이고요.

 

Q.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 많겠어요. 새로운 지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챌린지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단기 숙박의 경우도 맹그로브에 짧은 기간 ‘사는’ 멤버라고 생각해요. 저희 팀 역시 ‘숙박’만을 위해 방문하기보다 맹그로브라는 브랜드가 궁금한 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고요. 멤버들 간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고, 맹그로브와 멤버들 간에도 서로 건강한 삶에 대한 영감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기대해요. 

다만, 짧은 기간 머무는 멤버들은 빨리 바뀌는 거죠. 그래서 맹그로브라는 브랜드 이름 아래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는 멤버들과 짧게 머무는 멤버들의 서비스 경험을 구분해야 하는지, 구분할 거라면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짧게 머무는 멤버들에게만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고, 길게 사는 멤버들끼리의 친밀도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동시에 300여 명이 거주하는 큰 시설이다 보니 멤버들을 위한 소셜클럽을 진행할 때도 더 큰 규모로 기획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맹그로브에 관심이 있었던 동네 이웃들, 살고 있는 멤버들의 친구들도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고요. 

 

Q. 주혜님은 맹그로브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보통 어떠한 계기와 커리어패스로 커뮤니티 매니저가 되는지 궁금해요.

저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건축 설계일이 하고 싶어서 건축설계사무소에서 1년 반 정도 인턴을 했는데요. 정식 직원처럼 꽤 깊게 일했고, 덕분에 건축설계일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어느 순간 기획단계의 일과 실제 소비자, 즉 실사용자와는 장벽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 생겼어요. 완공이 되고 클라이언트에게 넘기면 설계사무소의 일은 완료가 되는 건데, 이후 건축주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공간에 대한 이해는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기획하는 것 외에도 운영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당시 많이 했고, 공간의 기획 의도와 건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운영자가 갈수록 많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건축공부와 건축 실무를 했던 경험을 살려 운영자의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MGRV에 무턱대고 입사했습니다. (웃음) 커리어패스에 대해서는 큰 고민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커뮤니티 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 모두 다양한 진로와 직업을 거쳐 모였어요. 최근 워크숍을 하면서 찾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모두 언젠가 공간 운영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더라고요. 커뮤니티 팀에서 하는 일은 정말 가짓수가 많고 개발팀이나 마케팅팀처럼 기획 단계가 중요한 팀에 비해 어떠한 결정으로 인한 결과나 영향이 당장 크게 나타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코로나 관련 방역 수칙에 대한 사이니지를 건물 곳곳에 붙이는 일’처럼 어디에 붙일지, 어떤 문구로 붙일지, 어떤 크기로 붙일지 사소한 것을 고민해야 하고 손도 많이 가는 일이지만 효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죠. 그래서 각자 마음속에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고, 그 배운 점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큰, 훗날의 꿈을 위해 매일매일 작은 성취를 쌓아나가는 거죠.

Q. 앞으로 더 많은 동료들이 필요할 텐데, MGRV의 커뮤니티팀은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지금 저희 팀 구성원들은 모두 동기는 다르지만 언젠가 이루고 싶은 각자의 꿈을 위해 이 일을 해요. 저의 경우 원래 했던 일은 설계였지만 앞으로도 공간을 만드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기획부터 운영까지의 역량을 모두 키우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고요. 또 한 분은 자신의 집 이야기로 책도 쓰시고, 모임도 하는 등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고요. 또 다른 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굉장히 좋아하면서도 이벤트 기획의 달인이신데, 맹그로브 안에서 건강과 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을 많이 구상해요.

 

동기가 다르다 보니 개인의 매력이 모두 다른 팀이 되더라고요. 본인의 매력을 분명하게 알고, 이 일을 통해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하고 싶은 부분이 명확한 분이라면 좋은 커뮤니티 매니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주혜님이 꿈꾸는, 맹그로브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요?

맹그로브라는 브랜드 이름을 처음 만들 때, 맹그로브라는 나무 안에 새도 살고 거북이고 살고 물고기도 살고 다 다른 생명체들이 맹그로브 안에서는 안전하고 다 같이 친하게 살 수 있기를 꿈꿨어요. 

실제로 여기 살고 계신 분들이 다 정말로 너무 다른 분들이에요. 일하는 분야도, 전공도, 스타일도, 입주하는 계기도 다 달라요. 어떤 분은 프리랜서라 코워킹 공간이 필요해서 입주하신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회사랑 좀 떨어진, 나만의 안식처 같은 곳이 필요해서 입주하신 분도 계시고요. 또 어떤 분은 패션 쪽 공부를 하고 있는데 숭인동 근처에 봉제 공장이 많아서 쉽게 접하려고 입주하셨대요. 모두 주거 선택의 이유는 다른데 대부분 일이나 공부와 관련이 있더라고요. 

단순히 주어지는 주거공간이 아니라 자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 혹은 공부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선택한 주거공간인 거죠.

그런 건강한 기준으로 주거공간을 고른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니 서로 더 잘 어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서로 어울리고, 관계를 쌓아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훈훈하고 부럽기까지 해요. 처음 이름을 지을 때 꿈꿨던 게 실제로도 구현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요. 계속 이런 모습으로 유지되면 좋겠어요. 지금은 24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200명, 300명으로 늘어나면 서로의 케미스트리나 영감을 주고받는 파급력이 더 큰 차원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Q. 주혜님에게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계속 누군가랑 같이 살았어요. 독립한 뒤에도 친구들이랑 살기도 하고, 셰어하우스에서 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혼자 살기 무서워서이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혼자 살기에는 보증금이 부족해서이기도 했죠. 무엇보다 막상 독립해서 혼자 살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하면 일상생활에서의 도전과 좌절이 적고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같이 알아가면 되니까 할 일이 적어지는 느낌도 들고요. 저에게 함께 산다는 것은 가족으로부터는 독립했지만, 의지할 누군가와 함께하는 거였어요.

맹그로브에서 같이 산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함께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맹그로브에는 운동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카페, 업무공간, 심지어 바비큐가 가능한 공간도 있어요. 하나의 작은 마을이 건물 안에 있는 거라고 보면 조금 과할까요. (웃음) 맹그로브에 입주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집을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이 ‘마을’에 들어가기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 EARTH

 

 | 김진영
사진 | 엄종헌, 최모레, EARTH, Br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