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의 첫 번째, 두 번째 코리빙 하우스가 자리한 숭인동과 신설동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거쳐 간 세월과 이야기가 층층이 퇴적된 흥미로운 지역입니다. 서울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교통편, 드문드문 남은 오랜 유적지, 수십 년 동안 손맛을 지켜온 맛집,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 삼삼오오 모여 있죠. 못 구할 물건이 없는 만물시장부터 보물 같은 빈티지 물건이 숨어있는 벼룩시장까지, 맹그로브의 이웃 시장을 여행합니다.
스타벅스와 흑백요리사가 있는 경동시장

맹그로브 신설에서 걸어서 20분
제기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이어져, 서울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 경동시장을 먼저 찾았습니다. 1960년대 청량리 기차역에 도착한 경기도와 강원도의 농수산물을 사고팔던 장터가 커져, 지금의 경동시장을 이뤘다고 해요. 이름은 말 그대로 서울의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종종 청량리시장까지 포함해 부르기도 해요.
다양하고 저렴한 먹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옛 경동극장 자리를 새롭게 고쳐 들어선 스타벅스 경동1960점 덕분에, 식자재를 사러 온 이웃 주민뿐 아니라 멀리서 찾아온 여행자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식당을 찾는다면? 경동시장 신관을 들러보는 걸 추천해요. 즐비한 가게 사이 사이를 잘 살피면 상가 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성비 좋은 반찬 가게와 밥집으로 꽉 차있죠. 흑백요리사라는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는 매번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주변 보리 비빔밥과 배추전 집도 푸근한 맛을 자랑하니, 실패할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 한약 시장을 주름잡는 서울약령시장

경동시장에서 걸어서 3분 / 맹그로브 신설에서 걸어서 15분
경동시장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아주 독특한 냄새가 코를 반깁니다. 우리나라 한약재의 70%를 유통하는 약재 전문 시장, 서울약령시장이 바로 옆에 있거든요. 본래 종로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한약재 상인들이 경동시장 주변으로 모여들어 생겨난 곳이라고 해요. 한약의 상징다운 곳답게 한의약박물관이 시장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몸에 좋은 한방차도 마셔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거닐면서 생전 처음 보는 약재와 탕약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시장 안팎 길가에는 전문적인 한약재뿐 아니라 몸에 좋은 다양한 곡물, 레몬즙 같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많아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몇 개 사서 돌아가면 부모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선 황학동 벼룩시장

맹그로브 신설에서 걸어서 23분 / 맹그로브 숭인에서 걸어서 20분
벼룩시장을 왜 벼룩시장이라고 부르는지 혹시 아시나요? 벼룩이 있을 것처럼 낡은 물건을 팔아서, 또는 상인들이 전국 구석구석 벼룩처럼 뛰어다니며 찾은 물건을 파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위생이 좋아진 요즘 세상에 진짜 벼룩을 만날 가능성은 작겠지만, 황학동 벼룩시장은 말처럼 앳되고 진기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기계 모터, 가게에서 쓰는 냉장고, 빈티지 가구, 오래된 공중 전화기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물건이 길가를 가득 채웁니다. 전쟁 이후 피란민이 모여 고물을 사고팔며 터전을 일궈간 것이 황학동 벼룩시장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예전엔 가게들이 저마다 입구에 고물을 잔뜩 쌓아 두어 거리가 어두컴컴했다고 해요. 이에 어두운 가게 안에서 도깨비가 튀어나올 것 같다는 의미로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답니다.
40년 동안 괘종시계만 모아 수리해 판매하는 골동품점, 수십 년 동안 수집한 LP판을 판매하는 가게 등, 수많은 손길을 거쳐 재탄생을 거듭하는 골동품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요.
시대극 속에 들어온 듯한 서울풍물시장

맹그로브 신설에서 걸어서 10분 /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걸어서 15분
서울풍물시장은 원래 황학동 벼룩시장의 일부였으나, 1980년대 도시 정비 사업, 2000년대 청계천 공사 등이 이루어지며 이곳저곳 이사를 거듭한 끝에, 지금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시장 자체는 황학동 벼룩시장만큼 크지 않아요.
대신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에서 볼 법한 신기한 골동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차마 카메라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눈이 휘둥그레지는 물건도 많았답니다.
동묘 패션의 발상지 동묘 벼룩시장

맹그로브 신설에서 걸어서 15분 / 맹그로브 숭인에서 걸어서 10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랜 벼룩시장 계의 터줏대감, 동묘 벼룩시장을 마지막으로 찾았습니다. 황학동 벼룩시장에는 가게나 공장에서 쓸 가구, 냉장고 같은 물건이 많다면, 동묘 벼룩시장에는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같은 물건이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게 특징입니다. 이곳 특유의 빈티지 패션 스타일을 일컬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동묘 패션’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동묘라는 이름은 시장 안에 위치한 동명의 유적지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삼국지 이야기에 나오는 관우를 기리는 묘라고 해요. 조선시대 지어진 담벼락 아래 즐비한 노점과 흥정에 열심인 사람들이 재밌는 풍경을 자아냅니다.
동묘로 빈티지 사냥을 나갈 예정이라면 너무 늦지 않게 가는 걸 추천합니다. 오후 5시 정도면 굵직한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해요. 길가에서 파는 미숫가루와 토스트 같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이른 오후 시간대에 둘러보는 편이 좋습니다.
Oldies but Goodies
다시금, 발견
시장 투어에서 발견한 아름답고 쓸모 있는 옛것을 새로운 눈으로 소개하는 ‘맹그로브 로컬 에디션 Mangrove Local Edition’이 곧 맹그로브 신설을 찾아옵니다. 오는 3월, 맹그로브 스토어를 주목해 주세요!
글 | 박준하
사진 | 김구연, 이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