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맹의 제주 워커스>
10 Jeju Workers
제주 로컬을 기반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워커 10인을 만납니다. 제주의 헤리티지를 보존하고, 제주 밖으로 제주를 알리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이 제주에서 펼치는 라이프스타일과 근사한 작당모의를 살핍니다.
*제주 방언으로 ‘명’을 ‘맹’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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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현
@gyulmedal
제주 시트러스의 매력을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로 풀어내는 브랜드 귤메달 대표 겸 디렉터
제주에 오기 전 서울에서 홈쇼핑 MD로 일했다고요. 그때의 경험과 제주가 결합해 귤메달이란 멋진 결과물을 탄생시켰네요.
홈쇼핑 MD로 4년간 일했는데, 단한번의 생방송과 폭발적인 매출이 이루어지는 업 특성상 꼼꼼한 사전 준비는 필수, 다양한 사람들과 매끄럽게 협업하는 게 중요했어요. 또 여러 업체를 짧은 시간안에 파악하는 프로젝트 업무를 여럿 한 것이 도움이 됐죠. 농업 브랜드 대부분이 생산자 이야기에 집중해요. 귤메달은 농장이고 농업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직접적인 소비자가치만 메시지화 하려고 농장 이야기는 과감하게 중단했어요.
일에 관해 만족할만 한 결과를 얻었나요. 일의 관점에서, 귤메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귤메달의 궁극적인 브랜드 미션은 ‘시트러스의 라이프스타일화’ 입니다. 식탁 위에 매일 시트러스가 올라가길 바라거든요. 그래서 시트러스를 활용한 주스, 아이스크림, 버터, 잼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요. 유의미한 성과가 있고 매출면에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지금의 속도와 업무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요. ‘자신만의 속도로 가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꼭 ‘고민은 길게 하고 천천히 가라’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업은 빠르게 POC 검증을 하고 짧은 시간안에 담금질을 끝내야 하거든요.
귤메달은 브랜딩 잘하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진짜 기발했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요.
결과론이라고 생각해요. 릴스 조회수가 잘 나오거나, 반응이 좋은 상품을 보고 ’고객이 원하는 게 이거구나’하고 생각하죠. 그래도 꼽자면 베스트셀러인 ‘귤 팔렛트 티셔츠’요. 귤메달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귤 품종을 식물 도감처럼 넣은 반소매 티인데 7차 리오더를 넘겼을 정도로 꾸준히 반응이 좋아요. 소비자가 생각하는 귤메달 이미지와 잘 부합하나 봐요.
제주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제주에서 살고 일하는 것을 꿈꾸는 이에게 U턴 창업가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제주에서 살면 매사에 감사한 게 많아요. 특히 오픈 마인드의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요. 육지에서 제주로 와 새로운 꿈을 펼치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재미있어요. 특정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출신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 특유의 바이브가 있거든요. 꼭 업무로 만날 필요도 없어요. 서핑이나 러닝 크루처럼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크루에 들어가면 제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귤메달의 궁극적인 브랜드 미션은 시트러스의 라이프스타일화로,
매일 식탁 위에 시트러스가 올라가는게 익숙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귤메달 대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동선을 길게 가져요. 서귀포 농장에서 과일을 보고, 제주시청 옆 9층짜리 건물에서 업무를 해요. 제주도 특성상 고층 건물이 잘 없어서 불이 켜지면 잘 보이거든요. 야근을 하다 보면 지인, 친척, 거래처, 팀원들이 가리지 않고 ‘빨리 집에 가라’고 연락이 오기도 해요.(웃음) 업무지가 두곳이라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를 많이 타는데, 한라산이 잘 보이는 꼬불꼬불한 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계절의 작은 변화를 잘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제주에서 일하며 사는 워커로서의 삶, 어떤가요.
사실 직장 생활을 하면 제주라고 일과가 달라지진 않아요. 그래도 눈을 돌리면 자연이 있어서 늘 마음이 여유롭고 빨리 충전이 돼요. 괜히 하늘도 한 번 보고, 날씨에 신경쓰고요. 조금만 마음먹으면 바다도 볼 수 있으니 든든해요. 최근에는 공유 오피스인 ‘오피스제주’를 정기 계약해서, 직원들이 바다를 자주 볼 수 있게끔 했는데, 월말 정산할 때 보니 제가 제일 많이 가더라고요.
무얼하며 휴식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강아지랑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요. 그렇다고 방에만 있거나 침대에 종일 누워있는 건 아니고요. 옷 정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밥도 먹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영상을 봐요. 그게 곧 쉬는 거고요. 봄가을에는 창문을 열어두고 계절을 느낄 때 행복하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제주에서 일부러 찾는 곳이 있나요.
새로 생긴 공간은 SNS나 추천을 받아서 일단 다 저장해요. 워낙 새로 생기는 공간이 많잖아요. 콘셉트가 명확하거나 감도가 높을 수록 영감을 많이 받죠. 그리고 종종 서귀포자연휴양림에 가요. 캠핑 의자 가져가서 책 읽으면 그렇게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해발고도로 치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휴양림일걸요. 휴양림 내 숙소도 있고요.
이 섬에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하나요. 또는 ‘양제현다움’은 어떤 것일까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요새는 사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자꾸 원하는 스토리라인이나 네러티브를 넣어요. 단순한 사물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애매한 캐릭터를 비주얼로 구현하는 작업이 일종의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영감을 기록하고 브랜드의 콘텐츠로 활용한적도 있어요. 비주얼을 작업하는 영상PD나 디자이너에게 자주 공유하고요. 꽤나 만족하면서 제주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글, 사진 | 콘텐츠그룹 재주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