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는 왜 DDP에 놀이터를 만들었을까?

2023.11.17

[POP-UP] 모여라! 맹그로브 놀이터, 프로젝트 비하인드

모여라! 맹그로브 놀이터
Mangrove Playground

서울시가 주최하는 디자인 페스티벌 ‘서울디자인 2023’에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 Mangrove가 참가했습니다. ‘가치 있는 동거 Valuable Marriage’라는 페스티벌의 주제를 맹그로브다운 시선으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지금 프로젝트 비하인드를 전해드립니다.

 


함께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맹그로브는 주거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교류하고 자기답게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가꾸는 일을 합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여 왔죠. 서울디자인 2023에서 내세운 ‘가치 있는 동거’야 말로 가장 자신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함께 산다’라는 감각은 어떻게 전시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예컨대 서울디자인 2023 행사가 열리는 DDP 광장에 맹그로브를 닮은 큰 집을 짓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도록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살고 싶어 할 멋진 공간을 꾸며두어도, 이를 ‘함께’ 체험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겠더라고요. 보통 전시장을 가면 혼자 온 개인, 혹은 함께 온 친구들끼리만 감상을 공유하곤 하니까요.

반면 맹그로브가 가꾸는 코리빙 하우스에는 낯선 이들과 느슨한 만남이 종종 일어납니다. 새로 이사 온 이웃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소셜 클럽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요가를 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때 ‘함께’ 살아가는 커뮤니티를 이루죠. 그럼 어떤 경험을 설계해야 낯선 이들이 함께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을까요?

우리 같이 놀아요!
아이 어른, 여자 남자,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서인 ‘놀이’에 주목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타인과 쌓는 다양한 관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놀이 기구에 빗대어 표현해 보는 것이죠. 혼자일 때, 누군가와 일대일로 만났을 때,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날 때 등, 살면서 맺는 다양한 만남을 경우에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맹그로브 동대문을 디자인한 스튜디오 COM과 함께, 다섯 가지 놀이 기구를 탄생시켰어요. 각기 다른 개인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룬다는 메세지를 담아서 전시명은 자연스레 ‘모여라! 맹그로브 놀이터’라고 정했습니다.

놀이터 곳곳을 장식했던 이 캐릭터는 다섯 가지 놀이 기구는 물론, 놀이터라는 커뮤니티에 모인 개개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❶ 옹기종기 흔들 목마 Spring Horse
혼자를 표현하는 놀이 기구로는 동네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들 목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흔들 목마를 셋이 마주 보도록 배치했어요. 혼자 놀다가 고개를 들면 마주 앉은 타인과 대화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혼자 살더라도 옆방 이웃과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코리빙의 느슨한 연결을 간접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❷ 아옹다옹 균형 잡기 Balancer
두세 명이 함께 합심해야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도 마련했습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서로 발을 맞추며 소통하는 끈끈한 교류에 중점을 두었죠.

쿵짝쿵짝 모임 시소 Group Seesaw
두 명씩 한 팀이 되어 타는 시소는 친구와 함께 온 둘이 다른 짝과 만나 놀이를 완성하게 됩니다.

❹ 술렁술렁 공기 마루 Air Bounce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광장 같은 역할을 한 기구입니다. 한 명이 오를 때마다 공기 마루 전체가 술렁이는데요. 참여자 한 명 한 명 각자의 개성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커뮤니티를 상징합니다.

마루를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점들로, 개성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❺ 왁자지껄 미끄럼틀 Hill Slide
미끄럼틀에 오르고 내리면서 놀이터를 메운 수많은 사람을 독특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구입니다. 특히 내려갈 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 맹그로브 놀이터의 하이라이트 역할을 톡톡히 했죠.

만 명의 만 가지 놀이법
맹그로브 놀이터를 찾아주신 분들을 관찰하며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똑같은 놀이 기구를 타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 다르다는 거였어요. 공기 마루에 가만히 누워 휴식을 취하는 분도 계시는 한편, 데구루루 구르며 역동적으로 즐기는 분도 계셨습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친구를 찍어줄 때 가장 크게 웃음 짓는 분도 계셨고요.

전시가 진행된 10일 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다채로운 장면들이 펼쳐졌습니다. 그중에는 의도했던 모습도, 생각했던 방향과 사뭇 다른 모습도 있었어요. 각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도, 사진을 찍는 모습도 다 달랐습니다. 놀이터를 찾아준 만 명에 가까운 사람 수만큼 만 가지 서로 다른 교류의 장면들이 펼쳐진 셈이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곳을 만드는 맹그로브에게도 만 가지 배움이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맹그로브다운 커뮤니티 라이프란 무엇일지, 배우고 그려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답니다.

혹시라도 맹그로브 놀이터를 방문해 보지 못해 아쉬워하실 분을 위해, 그날의 생생함을 담은 영상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세요!

[모여라! 맹그로브 놀이터]

기획 | MGRV CP Group
디자인 | 스튜디오 COM, MGRV CP 디자인팀
로케이션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울림 광장


글 | 박준하
사진 | 최모레
영상 | 일이공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