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grove Goseong with Creators
리모트 워커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워크앤스테이, 맹그로브 고성과
6인의 크리에이터가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유쾌한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반짝이는 바다와 푸른 자연을 품은 평화로운 마을, 강원도 고성.
탁 트인 공기와, 경이로운 자연의 순간들이 매 순간 반기는 맹그로브에서
6인의 크리에이터가 만난 ‘깊은 몰입, 넓은 영감’의 순간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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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cast_cinema
소설가이자 프리랜서 편집자. 하루에 반나절은 무언가를 쓰고 읽는 데 몰두하고,
남은 반나절은 몸을 움직이는 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습니다.
FILM CURATION
어떤 공간을 보고 어떤 사물을 마주할 때마다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다섯 편의 영화와 드라마들은 맹그로브 고성의 면면을 훑으며 따로 또 같이
생각났던 작품들입니다. 다섯 편 모두 널리 알리고 싶을 정도로 각각의 반짝임을 자랑하는
작품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몰입’이라는 단어를 공통 분모로 가지고 있습니다.
일과 여가,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맹그로브 고성에서,
번득이는 영감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작품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요?
FIL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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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와 내 일에 집중하는 짜릿한 순간, <포드 V 페라리>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포드’가 유럽 스포츠카의 명문 ‘페라리’에 도전했던 실화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포드 V 페라리>. 카레이서 캐롤 셸비와 정비 전문가이자 레이스를 겸하는 켄 마일스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 공동의 목표는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중 하나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열정을 가득 안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외골수 켄과, 그런 켄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캐롤은 전율이 가득할 정도로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이미 유수의 영화들로 실력을 인정받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자동차를 교집합으로 가지고 있는 캐롤과 켄 두 사람의 연대에 집중하는 동시에 액션으로도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낸다. 두 시간이 넘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을 찾기 어려운 이 놀라운 작품은, 탄탄한 드라마와 놀라운 기적의 실화라는 설정이 맞물려 그야말로 ‘7000rpm’, 400km/h의 속력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 온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인 크리스천 베일과 맷 데이먼의 조합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차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깐깐한 레이서이자 기술자인 캔 마일스를 200%로 소화해낸 크리스천 베일이 내뱉는 독백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대사다. “저기 퍼펙트 랩이 있어. 실수도 없고 모든 변속과 코너 공략이 완벽한 랩. 대부분은 존재도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해.” <포드 V 페라리>는 자신만의 ‘퍼펙트 랩’을 향해 달음질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다.
· 제목: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 감독: 제임스 맨골드
· 출연: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등
· 장르: 스포츠, 액션, 전기 드라마
· 국가: 미국
· 채널: 디즈니+
FILM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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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열정이 숨 쉬는 소리에 집중해! <야구소녀>
고등학교 야구부 최초의 여성 선수가 된 수인. 수인의 목표는 ‘최초’라는 타이틀에서 멈추지 않고 프로로 진출하여 KBO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인은 여성은 프로선수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함께 했던 친구가 스카우트되는 걸 지켜보는 동시에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에게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는 설교를 듣는다. 하지만 ‘그만두기’를 종용하는 모두에게 수인은 말한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한국 최초의 여자 야구선수였던 ‘안향미’를 소재로 한 <야구소녀>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이자 성장영화다. 수인은 새로 부임한 야구부 코치인 진태의 조력을 받아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를 얻으며, 그 기회가 도래하자 곧바로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재능을 선보인다. 하지만 여타의 스포츠 영화처럼 역동적이고 마냥 긍정적인 장면들의 연속은 아니다. 큰 벽을 단번에 넘는 객기와 묘기 대신인 주인공 수인을 연기하는 이주영 배우의 차분한 시선처럼, 눈앞에 당도한 허들을 하나씩 천천히 넘는 것이 주된 서사다.
<야구소녀>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만큼 속도감 넘치는 영화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면을 묘사하기에 오히려 그보다 가깝고 크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답을 찾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과, 신념을 믿고 꾸준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결국 발견하는 돌파구에 대해 둥글게 묘사하는 영화다.
· 제목: 야구소녀, Baseball Girl
· 감독: 최윤태
· 출연: 이주영, 이준혁, 염혜란 등
· 장르: 스포츠, 드라마
· 국가: 한국
· 채널: 티빙, 왓챠, U+모바일tv
FILM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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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 파도 소리와 함께 펼쳐보는 상상과 환상, <제럴드의 게임>
<제럴드의 게임>은 스티븐 킹 작가가 1992년에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부부 ‘제럴드’와 ‘제시’에게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 소재로, 스티븐 킹의 ‘탈출’ 소재 중에서 제일 강하고 자극적인 동시에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주인공이 결과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침대에 양손이 묶인 채 인적이 드문 외딴 별장에 홀로 방치된 제시의 상황에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제시는 제럴드가 남기고 간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시는 스스로 담아두고 있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시한다. 잊고 싶은 어린 시절의 기억, 도망치고 싶었던 대상과의 직면, 목마름과 배고픔 그리고 위협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제시를 괴롭히는 동시에 결국 그녀가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계기를 발현시키기도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제시의 ‘환상’은 결국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제시의 상황이 만들어낸 것으로, <제럴드의 게임>은 ‘공포’라는 감정의 양면을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설명한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트라우마의 깊은 골짜기로부터 주인공 제시를 꺼내는 장면들의 편집과 연출은 끊임없이 주목받는 감독인 마이크 플래너건의 장점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또한 이만큼 원작을, 특히나 스티븐 킹 작품의 결을 잘 살려내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크 플래너건’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길.
· 제목: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 출연: 칼라 구기노, 브루스 그린우드
· 장르: 호러, 스릴러
· 국가: 미국
· 채널: 넷플릭스
FILM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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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만드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야, <중쇄를 찍자!>
‘중쇄’는 말 그대로 책의 두 번째 쇄, 즉 첫 번째 출간본이 다 팔리고 나서 이후 다시 인쇄를 추가로 하는 걸 말한다. 출판계에선 중쇄를 낼 때 이른바 ‘본전을 건졌다’라며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출판사의 다른 직원들 모두 서로 축하를 보낸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는 이 ‘중쇄’를 위해 달리는 출판사 홍도관의 이야기로, 신입 편집자 쿠로사와 코코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쿠로사와 코코로는 운동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고 다른 일을 찾던 중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자 만화 출판사에 지원한다. 코코로 특유의 쾌활한 성격과 만화에 대한 열정은 출판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코코로를 연기한 구로키 하루 배우의 매력이 곳곳에 녹아 보는 사람을 즐겁고 희망차게 만드는 드라마이며,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나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다기리 조, 야스다 켄 등 걸출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이들의 합을 보는 맛이 있어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풍부한 사랑스럽고 힘찬 드라마다.
이런 이유 덕분에 방영된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의 만화 『중쇄를 찍자!』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발하게 연재 중이다. 반칙이나 속임수 없이 일 앞에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마다 다시 보기를 클릭하게 되는 마성의 작품.
· 제목: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
· 감독: 도이 노부히로, 후쿠다 료스케, 츠카하라 아유코
· 출연: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조, 사카구치 켄타로, 마츠시게 유타카, 야스다 켄 외
· 장르: 드라마
· 국가: 일본
· 채널: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FILM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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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의 고성 바다를 들여다보며 떠올린 <나의 문어 선생님>
전 세계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문득 번아웃에 빠진 크레이그 포스터. 극심한 우울감을 느낀 그는 이를 해소하고자 어린 시절의 좋은 시간을 보냈던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해안가를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같이 바다에 들어가 헤엄치는 그의 시야에 온몸에 조개를 덮고 있는 문어 한 마리가 들어온다. 바다에 흔한 문어라고 생각했던 크레이그에게, 이 문어는 조금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로 이어진다.
우연히 암컷 문어를 만나 여러 계절을 함께 문어와 교감한 이 놀라운 이야기는,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바다를 보호하고 문어의 생태계를 지키자는 환경적인 교훈도,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제목처럼 문어로부터 깊은 깨달음을 얻는 우화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놀라움은 ‘신뢰’에 있다. 장벽을 허물고 믿음을 굳히며 변화하는 인간과 문어, 두 생명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1년간의 우정, 그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다큐멘터리이자 성찰의 결과물이다. 자포자기 상태에 놓인 사람이 다른 대상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모두에게 조금씩 존재하는 장벽을 초월할 방법에 관한 교훈을 건넨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놀라움으로 가득한 작품.
· 제목: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 감독: 피파 얼릭, 제임스 리드
· 출연: 크레이그 포스터 등
· 장르: 다큐멘터리
· 국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 채널: 넷플릭스
글 |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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