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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여행이었지만, 이젠 제 일상이 됐어요

처음엔 여행이었지만, 이젠 제 일상이 됐어요

[Knock & Talk] 맹그로브 신촌 Leo 인터뷰

전혀 다른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열두 해 동안 세계를 여행하다 결국 서울에 머물기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행자에서 생활자가 되기까지, 맹그로브 신촌의 Leo(리오) 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온 리오예요. 지난 12년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지냈는데, 한국은 이번이 여섯 번째예요. 지금은 2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물면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고, 외국인과 한국의 지역 주거를 연결하는 스타트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Q. 영국에서 한국까지,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나요?


2014년에 영국에서 평범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 미국에서 여름 캠프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 경험이 여행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됐어요. 스물다섯 해 동안 한 나라에서만 살아왔다는 걸 돌아보니,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더라고요.


여행지를 고를 때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가고 싶었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은 지금처럼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처음 한국에 오게 됐어요.




Q. 처음 한국을 여행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첫 주가 가장 강렬했어요. 2014년 겨울, 도착하자마자 눈이 내렸는데 '내가 대체 어디에 온 거지' 싶을 만큼 추웠어요. 처음 지낸 곳은 서울 서남부의 까치산이었는데, 모든 게 낯설고 간판조차 읽을 수 없어서 첫 일주일은 집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냉장고에 양파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날이 왔어요.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서… 그 생양파를 그냥 먹었어요. (하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데, 그땐 진지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참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간판조차 읽을 수 없어서 첫 일주일은 집에만 있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참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런데도 한국을 계속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영국과 너무 다른 문화가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한글을 전혀 몰랐던 시절이라, 홈스테이 호스트가 공책을 하나 건네주고 함께 한글을 연습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매력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음식이에요. 사실 12년 전이었다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거예요. 영국 음식과 너무 달라서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거든요. 하지만 낯설고 불편했던 것들에 하나씩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서울에서의 생활이 정말 편해졌어요.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에요.





Q. 여러 번의 방문 끝에, 결국 한국에 정착하기로 하셨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는 유럽에서 3년 반 정도 지냈어요. 그 뒤 다시 한국에 왔을 때,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어요. K-드라마와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도 훨씬 많아졌더라고요. 예전엔 작은 동네에서 저를 신기하게 여긴 분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경험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저 자신인 것 같아요. 그때는 20대 중반이라 새로운 걸 찾아다니는 모험심이 컸다면, 지금은 한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낯설게만 느껴지던 한국이 이제는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됐고요.


서울은 외국인이 살기에 정말 편한 도시예요. 어디든 이동하기 쉽고, 일상을 보내기에도 불편함이 없거든요. 요즘은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느껴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저 자신인 것 같아요.

낯설게만 느껴지던 한국이 이제는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됐어요.





Q. 맹그로브에서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정말 우연이었어요. 어느 날 친구와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맹그로브 신촌 앞을 지나게 됐는데, 건물이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마침 이 근처에서 코리빙 공간을 찾고 있던 터라 바로 알아봤는데, 제가 원하던 조건에 딱 맞았어요.


신촌이라는 동네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일하기 좋은 카페도 많고, 맛있는 식당도 많아서 이 근처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걸 좋아해요.



Q. Leo가 생각하는 코리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코로나19 이후로 한국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해외로 떠나거나 한국을 떠나면서 인간관계가 많이 줄었거든요. 코리빙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Q. MSC(Mangrove Social Club)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계시죠. 처음 참여했을 때는 어땠나요?


MSC가 시작되기 전, 소셜 키친에서 우연히 헨리라는 이웃을 만났어요.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만으로도 처음 MSC에 참여할 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왼쪽부터 "Hello, Sinchon : 우리 집을 소개해요," "내 안의 벽을 허물자: 클라이밍 중급반"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지내지만,

맹그로브 안에는 분명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은 혼자 참여해도 전혀 부담이 없고, MSC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친구들도 생겼어요. 처음 참여했던 Hello Sinchon도 정말 좋았어요. 다들 친절했고,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지내지만 맹그로브 안에는 분명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클라이밍 프로그램도 즐거웠어요. 원래 클라이밍을 좋아하긴 했지만, 맹그로브 이웃들과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게 특별했어요.



Q. 맹그로브에서 커뮤니티가 가장 잘 느껴지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단연 소셜 키친이에요. 방에서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주방에서 요리하고 나온 쓰레기도 바로 버리면 방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소셜 키친은 이웃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공간이에요. 앞으로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요리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어요.


처음 입주했을 때는 15F 워크 라운지도 자주 갔어요. 그때는 방에 작업 공간이 갖춰져 있지 않았거든요. 특히 탁 트인 자리에 앉아 있으면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서, 더 사교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맹그로브 신촌, 11F 소셜 키친



Q. 평소에는 어떤 하루를 보내나요?


제 하루는 매일 조금씩 달라요. 아침 9시에 일어날 때도, 정오쯤 일어날 때도 있어요. 대신 일어나면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


요즘은 근처 카페에서 이 동네에 사는 친구와 함께 일하는 날이 많아요. 점심도 주로 근처에서 해결하는데, Ch4pter라는 타코집과 Renge라는 라멘집을 특히 자주 가요. MSC에서 소개한 적도 있어요. 저녁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밤 10시쯤 친구와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해요.





Q.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난 3개월 동안은 앞서 말씀드린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외국인과 한국의 지역 주거를 연결하는 서비스인데, 인구 감소로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날 때까지는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스타트업 비자로 전환해 계속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앞으로도 한국에서 지낼 계획인가요?


네, 오래 살아가고 싶어요. 한국은 저에게 정말 편안한 곳이라, 이곳을 삶의 거점으로 삼고 매년 대만이나 스페인 같은 곳에서 몇 달씩 지내는 삶을 그리고 있어요.


가족은 모두 영국에 있으니 영국도 또 다른 의미의 집이겠죠. 하지만 지금의 저에겐 한국도 집처럼 느껴져요. 영국에선 가족에게서 오는 부담이 조금 있었는데, 한국에선 그런 것에서 벗어나 제가 만들어가는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Q.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저에겐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바람처럼 있고 싶은 곳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10년 뒤에는 한국에서 사업을 꾸려가고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는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계획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12년간 여행하며 배운 건, 인생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너무 먼 미래에만 집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때도 한국과는 어떤 형태로든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해외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누구에게나 꼭 여행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직접 세상을 경험해보면, 내가 가진 시각을 넘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날 수 있거든요.


평생 같은 사람들과 같은 생각 속에서 살다 보면, 정치나 종교, 문화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인 가치관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기 쉬워요. 하지만 여행하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세상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각들이 모여 이뤄진다는 걸 깨닫게 돼요.


저도 여행을 하면서 더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고 그만큼 더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각들이 모여 이뤄진다는 걸 깨닫게 돼요.

최유림
사진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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