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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일이라기보다 명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답니다

여름만 되면, 일이라기보다 명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답니다

[Jeju Workers] '스테핑스톤' 김명수

제주 워커스

제주 로컬을 기반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워커를 만납니다.
제주의 헤리티지를 보존하고, 제주 밖으로 제주를 알리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이 제주에서 펼치는 라이프스타일과 근사한 작당모의를 살핍니다.

김명수
@steppingstonefestival

제주의 문화를 가꾸고 사람을 연결하는 실천자, 일명 ‘컬쳐 가드너’이다.
함덕의 로컬 페스티벌, 스테핑스톤을 총괄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각종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김명수라고 합니다.



맹그로브 제주시티 7F 워크 라운지



Q. 고향이 제주실까요? 어린 시절 기억하는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네, 저는 메이드 인 제주 아일랜드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으레 그렇듯이, 제주는 탈출하고 싶은 섬에 불과했습니다. 조금 더 밝은 곳으로, 큰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니 제주의 요소요소 좋은 게 너무 많더라고요.

덕분에 시간이 흘러 제주 안에 담긴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었고요. 그 모든 것이 한편의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일을 시작할 때쯤에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고향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그 변화가, 정말 멋진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스로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스스로 어떻게 정의를 내릴지 많이 고민하다가, 사람과 문화를 가꾸고 연결하는 실천자, 즉 ‘컬쳐 가드너(Gardner)’라는 말을 생각해 봤어요. 세상에 다양한 꽃과 나무가 존재하듯, 사람과 문화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사람 말이죠.





저희 집에 작은 정원이 있어요. 제가 꽃에 물을 주거나 뭔가 얘기를 할 때, 뭔가 제게 대답해 주는 것 같더라고요. 이처럼 제주라는 자연과 문화적인 요소들을 같이 만들고 엮어가는 역할이 아닐지 스스로 생각해요. 아내도 저한테 ‘가드너 킴’이라고 합니다.



Q. 제주 함덕을 대표하는 페스티벌, 스테핑스톤의 시작이 궁금해요.


2004년이 첫 시작인데요. 그 당시를 되짚어 보면 늘 서울을 중심으로 문화 행사가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말마다 보신각에서 타종식을 하잖아요. 전 국민이 방송으로 그 행사를 지켜보고요. 그 타종식을 제주에서도 하면 안 될까라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제주라는 지역에서도 그런 의미 있는 발자국(Step)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 결심을 하고 나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살폈더니, 또 그게 바로 음악이었고요.


우여곡절 끝에 ‘스테핑스톤’이라는 이름을 짓고 처음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땐 ‘과연 제주에서도 음악 페스티벌이 흥할 수 있을까?’ 고민도 참 많았네요.





늘 서울을 중심으로 문화 행사가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제주라는 지역에서도 그런 의미 있는 발자국(Step)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 결심을 하고 나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살폈더니, 또 그게 바로 음악이었고요.



Q. 올해가 20주년이라고요. 이렇게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요?


원동력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가 대중적인 페스티벌도 아니고, 같이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스테핑스톤의 슬로건이 “여름 명절”이에요.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가 하면, 페스티벌에 오시는 분들이 계속 다시 오세요. 마치 명절 때마다 있는 가족 행사처럼요. 매년 작년, 재작년에 봤던 분들이 현장에서 다시 눈에 보여요. 여름만 되면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을 기다려 주시고, 또 선뜻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음악 매니아가 아니어도,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은 분들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오시는 분들이 많이 말씀해 주시고요. 가장 위대한 자연, 바로 제주에서 열린다는 것도 저희에겐 큰 이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자연스럽게 여름만 되면, 일이라기보다는 ‘명절 준비를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제주의 여름은 늘 태풍 걱정이랍니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총 4번의 태풍을 맞이하다 보니, 이제는 몸이 단련된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도 뮤지션들이 오다 보니 제주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나라 일기도 확인해야 하고요. 


작년에는 도쿄에 큰 태풍이 몰아쳐서, 일본 밴드가 하루 일찍 출발해야 했고요. 부산에도 태풍이 덮쳐, 치앙마이 출신 밴드는 26시간 만에 겨우 제주에 도착했던 적도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태풍이 온다고 두렵지는 않아요. 어떻게 극복할 건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기회라는 생각도 한 편으로는 들고요.





음악을 넘어서 문화를 공유한다는 뜻을 담은 마음으로요.



Q. 지금 이 함덕이라는 곳에 정착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제주시청 근처에서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또 지금의 맹그로브 제주시티 근처, 탑동 해변 공연장에서도 열었던 적도 있고요.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서 뭔가를 해 보자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다 제주라는 섬이 갖고 있는 특징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곳이 바로 여기, 함덕이었습니다. 


제주라는 섬은 산과 바다가 동시에 존재하거든요. 함덕은 한쪽에는 서우봉이라는 산과 초록 잔디밭, 그리고 그 옆에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함께하는 풍경입니다. 제주의 초록과 파란색을 가장 잘 담은 지역이 함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제주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제주의 컬러라고 봐요. 바다의 깊은 푸름과 현무암이 주는 단단한 빛깔, 들녘의 초록 등이 함께 만들어내는 따스함이면서, 여러 요소가 섬세하게 혼합된 색채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주를 넓게 봤을 때, 동쪽과 서쪽의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초록도 여러 가지 초록이 있고, 파랑도 다양한 빛깔이 있고요. 이 다양한 빛깔 속에 제주가 존재하고, 그 특징들을 찾아 나가는 게 제주다움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Q. 제주에 사는 워커로서의 삶을 스스로 평가한다면요?


주어진 일보다 만들어 가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배움을 그리워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도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어 하고, 때로는 어려움도 있지만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기에, 워커로서 삶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Q. 쉴 때는 뭘 하시나요?


설거지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릇이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게 너무 좋아서요. 잔디에 물을 주는 일도 합니다. 잔디가 고마워하는 게 보이는 느낌이고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운동도 합니다. 이땐 음악도 안 들어요. 마지막으로는 애증의 관계인 악기입니다. 트럼펫 연습을 계속해야 하는데, 요새 바빠서 못 한 탓에 잘 안 되긴 해요. 





Q.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사실 큰 욕심인데요. 스테핑스톤이 열리는 함덕을 뮤직 빌리지로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페스티벌이 며칠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음악이 녹아 들어가서 곳곳에서 페스티벌 스테이지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게 저희가 7살 어린이와 70살 어르신이 한자리에 모여 악기를 배웠어요. 이분들의 연주 공연이 끝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우시더라고요.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이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요즘 사회가 반으로 나뉘는데, 음악이라는 걸로 서로 연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박준하
영상, 사진 Peace Pi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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