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행복해야 워커의 삶도 행복할 수 있어요

2024.11.18

소농로드 | 비나 & 연다 & 솔

<열 맹의 제주 워커스>
10 Jeju Workers

제주 로컬을 기반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워커 10인을 만납니다. 제주의 헤리티지를 보존하고, 제주 밖으로 제주를 알리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이 제주에서 펼치는 라이프스타일과 근사한 작당모의를 살핍니다.
*제주 방언으로 ‘명’을 ‘맹’이라고 해요.

비나 & 연다 & 솔
@sonongroad_farm.cafe

반농반X(반은 농부 반은 X)의 삶을 지향하는 자급자족 농업 단체 프로젝트 짓다의 공동 대표 3인. 소농로드 공간지기 비나,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연다, 농사짓기를 담당하는 솔이다. 인터뷰는 솔이 대표로 했다.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자급자족과 자립을 위해 농사를 지은지 5년차입니다. 농사를 기반으로, 나답고 재미있게 사는 건 포기하기 싫은 이들이 모여 다양한 커뮤니티를 꾸리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어요. 월간도시락을 시작으로, 수확페스티벌, 칸트의 식탁 등 먹거리를 기반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주로 했고요.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오프라인 공간이자 농산물 브랜드 소농로드는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특색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죠.

구좌읍 평대리를 중심으로 여러 활동을 펼치죠. 왜 평대리였나요.

제주에 내려와 자립을 위해 다양한 일을 했어요. 커뮤니티 펍을 운영하고, 농사일로 돈을 벌어 중국에 커뮤니티 공간을 꾸리기도 했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주한 곳이 평대리였습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길래 자연스럽게 감자 농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3년 내내 농사를 망쳤고, 이를 딱하게 여긴 마을 삼촌이 자신의 유기농 땅을 내어주었습니다. 그 땅이 평대리에 있었어요. 이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현재 소농로드 공간을 지었고, 이곳에서 직접 길러낸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해 먹거리를 만들고 나누게 됐습니다.

도시 직장인과 시골 농부의 삶, 둘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뭔가요.

도시에서는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시키는 일을 중심으로 하고 살았어요. 매우 열심히요. 지금도 열심히 사는 건 똑같지만 그 결과가 모두 나의 삶으로 귀속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 제주를 내려올 때 바랐던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에 가까워졌죠.

 

제주 살이를 꿈꾸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길 하고 싶은가요.

제주는 섬이예요. 육지에서 섬으로 이동할 때는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게 되는데요. 제주는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새롭고 낯선 공간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점검하고 싶을 때, 반추하고 싶을 때 등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제주에 사는 것도 추천해요. 잠깐의 이동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거든요. 당근의 새싹을 보는 것, 바람이 세차게 불 때 흔들리는 들판을 보는 것, 한겨울 너른 오름에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것까지 누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죠. 

일터가 곧 삶터라고 생각해요.
일상의 삶이 행복해야 워커로써의 삶도 행복합니다

제주에서 일하며 사는 워커로서의 삶은 어때요.

농사를 짓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크지 않아요. 일터가 곧 삶터가 되는 방식이죠. 더군다나 날씨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삶을 살기 때문에, 워커로서의 삶 보다는 일상을 일구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요. 제주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심심한 시골생활에 활력을 넣어줄 공간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얻었어요.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워커의 삶이죠.

 

워커로써 특별한 신념 같은 게 있을까요.

일상이 행복해야 워커의 삶도 행복할 수 있어요. 가화만사성이죠.

이 섬에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나요.

솔은 농사를 지으면서 목공과 텃밭 교육을 하고, 연다는 자연의 색감에 매료되어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삶을 꾸립니다. 저도 커뮤니티 교육을 하고요. 농부지만 각자의 X를 가지고 반농반X의 삶을 살아요. 언젠가는 지금 좋아서 하고 있는 X가 우리의 ‘다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에서 좋아하는 곳, 영감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매일매일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바로 비자림이에요.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냥 그 안으로 들어가면 숲이 주는 안정감과 아늑함 그리고 비자향이 주는 상쾌함으로 가득하죠. 진짜 말끔히 샤워하는 기분이랄까.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동시에 새로운 상상을 하게되죠.

 

무얼하며 휴식할 때 가장 행복하나요.

이제는 일터가 된 소농로드에서 함께 아침을 시작하며 커피를 마실 때 짜릿합니다. 굳이 다른 카페를 가지 않고, 익숙한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할 때, 마을 삼촌들이 밭에 가다 들러 같이 커피를 마실 때, 괜히 행복합니다.

 

‘짓다’의 장래희망은 뭔가요.

단연 세계평화입니다. 민간 단위에서, 먹거리라는 인류의 공통적인 이슈를 기반으로,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글, 사진 |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