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대잔치
맹그로브 뉴 하우스가 새롭게 문을 여는 신촌 新村
신촌대잔치는 뿌리 깊은 청년 문화와 언더그라운드 컬처가 싹튼 로컬, 신촌을 조명합니다.
신촌의 문화적 정취를 간직한 대표 로컬 플레이스와 오랜 전통 위에 새로운 활기와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로컬 플레이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80년대 신촌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과
밴드 까데호의 기타리스트 이태훈이 직접 선곡한 음악과 신촌 이야기로
풍성하게 채워진 신촌대잔치 음감회 현장을 맹그로브 저널에서 전합니다.
김종진:
안녕하세요, 맹그로브 신촌대잔치 음감회의 진행을 맡은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입니다.
음악에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듯 라이프스타일에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청년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신촌은 제가 유년 시절부터 나고 자라온 홈그라운드이자, 봄여름가을겨울의 뿌리인 신촌블루스의 음악적 토대가 되는 곳이기에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감회가 더욱 새롭습니다.
오늘 신촌대잔치 음감회는 옆에 계신 까데호 밴드의 뛰어난 기타리스트 이태훈 씨와 함께 ‘신촌 지역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제로 각자 선정한 곡을 듣고,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자리입니다. 재미있게 즐겨 주세요.
이태훈:
안녕하세요, 함께 진행을 맡은 까데호 이태훈입니다.
맹그로브와는 신설, 동대문 지점부터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 애정이 남다른데요.
이번 신촌대잔치 음감회는 직접 공연을 찾아다니며 기타리스트의 꿈을 꾸었던 존경하는 선배님과 나란히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어떤 곡들을 준비해 주셨을지도 궁금해지네요. 그럼 거두절미하고 첫 곡부터 들어볼까요?
– Chapter 1 –
김종진:
첫 번째 곡은 ‘신촌’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곡인데요. 이 곡은 태어나서 제가 처음 들은 팝송입니다. 1970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서강대학교 건너편에 살던 시절이었어요. 형의 심부름으로 지물포에 연습장을 사러 가던 날 전파상 앞 스피커에서 피리 소리가 들렸어요.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 연습장을 한 보자기 들고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노래가 여러 번 반복해 나왔는데 머릿속에 계속 맴돌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형한테 불러주며 무슨 노래인지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음악 인생은 아마 그 노래를 들었던 신촌 언덕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돌이켜 생각하곤 합니다. 몹시 추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기억이 나요. 영어로 ‘If I Could’라는 뜻을 가진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 함께 들어보시죠.
김종진:
여러분은 신촌 대자치 음감회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듣기 좋으셨나요?
이태훈:
이렇게 온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 한 곡을 딴짓 안 하면서 들은 게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요.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페루에 놀러 간 사이먼 앤 가펑클 같네요. 멜로디 라인은 되게 사이먼 앤 가펑클이 쓸 법한 멜로디 라인인데 연출이 정말 그렇네요. 말씀하신 피리 소리가 뭔지 확실하게 알겠어요.
김종진:
페루의 느낌이 맞아요. 안데스산맥 쪽의 민속 악기로 연주한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이태훈:
가펑클이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것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김종진:
이번에는 태훈씨가 선곡하신 음악을 소개해 주시죠.
이태훈:
신촌에서 선배님이 활동하시던 시기에서 90년대로 들어서면서 홍대로 신이 많이 넘어왔거든요. 제가 한국에 왔던 때가 2007년이었는데 그때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밴드가 펑카프릭 부스터라는 펑크 연주 밴드였어요.
저는 사실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하고, 홍대도 잘 몰랐던 때라 선생님이 공연하시는 대학로나 큰 공연장에서 하는 가요 공연들만 보러 다녔거든요. 하루는 펑크 공연이 너무 보고 싶어서 우연히 찾아서 갔는데 사람들이 모두 웃옷을 벗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바로 여기다 했죠.
그래서 한참 사생 팬처럼 연습실도 찾아가고 뒤풀이에 기타 들고 따라가서 ‘저 좀 한 번만 봐주시라’고 기타도 치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다가 그 밴드 활동을 같이 하게 됐어요. 그게 저의 밴드 활동 시작이었습니다.
김종진:
밴드 이름이 펑카프릭 부스터라고요.
이태훈:
이름이 계속 바뀌어요. 펑카프릭 부스터였다가 펑카프릭 부스따였다가 펑카프릭이 됐다가 지금은 퐁퐁 트리오가 됐어요. (웃음) 재밌는 형님인데 그 건반 주자 형님이 아스토 유니온이라는 걸출한 흑인 음악 ‘Think About’ Chu’를 만드신 분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홍대 앞에 원래 지하도가 있었어요. 지금 호텔밖에 없는 불모지가 됐는데 그곳에서 버스킹 하는 것도 쫓아다니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 고마운 밴드라서 곡을 하나 골라왔는데 1집에 있는 ‘Ali’라는 곡이고요. 다 연주곡들이에요. 그래서 일부를 틀어주시면 제가 일일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김종진:
그런데, 계속해서 말씀해주신 ‘Funk’는 ‘Punk’와는 다른거죠?
이태훈:
Punk는 쉽게 말하면 머리를 뾰족뾰족 세우고 가죽 바지와 더러운 더러운 티셔츠를 입은 분들을 생각하시면 되고, Funk는 흑인 음악의 한 지류인데 리듬적으로 굉장히 드라이브감이 있고 춤을 정말 추기 위해서 만든 음악이에요. Funk라는 말 자체가 약간 ‘냄새난다’ 이런 뜻인데 그 정도로 ‘왜 이렇게 과하게 뭔가를 하고 있어’ 이런 느낌이거든요.
김종진:
그럼, 직접 연주하신 곡인가요?
이태훈:
아니요. 이 곡은 제가 밴드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발매된 곡입니다.
김종진:
아소토 유니온의 후신, 펑카프릭 부스터 시절의 곡이군요. 제목은 ‘Ali’ 무슨 뜻인가요?
이태훈:
모르겠어요. 그냥 발음이 좋아서 했다는 설이 있는데 글쎄요.
김종진:
그 뜻을 우리가 어떻게 알리.(웃음)
이태훈:
그때만 해도 이 드럼 사운드를 음반에서 들을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내추럴한 사운드를 들을 일이 없었는데 라이브랑 지금 듣는 소리랑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때 서수진이라는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누님이 이 곡을 연주하셨는데 그 소리를 듣고 ‘아니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지?’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저는 원래 로큰롤이어서, 레드 제플린만 듣다가 이 얼기설기한 미터스 느낌의 소리를 듣고 있는데 ‘와 이럴 수도 있구나’ 했던 것 같아요.
김종진:
그러니까요. 이게 한국 사운드 맞습니까?
이태훈:
그래서 홍대가 정말 이런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정말 그때부터 많이 드나들었죠. 연주 밴드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다니면서 흉내내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밴드가 저한테 ‘이거야! 이거구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곡이 연주곡이라서 이런 분위기로 쭉 가요. 나머지는 집에 가서 들으시면 됩니다. 선생님은 다음 곡으로 어떤 곡 준비해 주셨나요?
– Chapter 2 –
김종진:
제 두 번째 선곡은요, 제 마음속 유일한 별, 김현식 님의 노래를 골랐어요. 현식이 형이 1집 앨범을 냈을 때 머리를 멋지게 훑어 올렸는데 사진에 빠져든 건지 음악에 빠져든 건지 모를 정도로 너무 멋있었어요. 그때는 CD가 나오기 전 시대였기 때문에 LP 밖에 없었는데, A면 타이틀이 ‘봄 여름 가을 겨울’, B면 타이틀이 ‘당신의 모습’ 이었어요.
그중 ‘당신의 모습’이라는 곡을 오늘 선곡을 했어요. 노랫말이 ‘풀밭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떠오는 모습 그리운 그대여~’ 이런 식으로 구름이 그녀가 돼서 막 떠나가는 거예요. 그 당시 이 노래를 듣는 동안은 저한테 없었던 그녀를 수백 명이나 떠나보냈어요.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정말 늘어지도록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볼펜이나 연필 같은 걸 넣어서 테이프를 팽팽하게 해서 또 듣기도 하고 그랬던 시절이었죠.
어느 날 현식이 형이 전화가 왔어요. 본인은 솔로 가수인데 자기랑 밴드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때 느낌은 마치 하늘이 밝아지면서 무슨 섬광 같은 게 내려오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같이 하게 됐는데 그때 최초의 멤버가 4인조였거든요. 기타 김종진, 드럼 전태관, 봄여름가울겨울 두 명이죠. 그리고 요즘 시티 팝의 황제로 불리는 빛과 소금의 장기호 씨가 베이스,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났죠. 유재하 씨가 키보드 그렇게 네 멤버였어요.
하루는 밴드 이름을 짓자고 대천에 놀러 갔어요. 밤새 소주를 마시면서 별의별 이름들이 다 나왔는데, 저는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오로지 하나의 이름만 생각이 났거든요.
다들 그만 두자 그러는데 제가 ‘저 팀 이름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거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입니다.’ 했더니 나머지 멤버들이 동시에 잔을 딱 내려놓으면서 저를 딱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중 한 명이 ‘아니 그런 아부를!’ 하고, 현식이 형은 입이 이렇게 찢어지고, ‘내가 기타리스트 하나는 잘 뽑은 것 같다.’ 그러더라고요. (웃음)
봄여름가울겨울의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려드릴 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B면 타이틀곡 ‘당신의 모습’이고, 이 곡을 고르게 된 이야기는 세 번째 곡에 설명이 됩니다. 우선 음악부터 들어보시죠.
이태훈:
아직은 미성이시네요. 목소리가 바뀌는데도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김종진:
그렇죠, 그때는 정말 미성이었던 것 같아요.
현식이 형이 음악의 뿌리는 신촌이었대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씨 집에서 뮤지션들이 많이 모여서 몇 년 동안 계속 음악적인 교류를 했다고 해요. ‘이 노래 좋지 않니, 이 뮤지션 좋지 않니, 이 노랫말이 이거야, 기타는 이렇게 치는 거래’ 그러면서요.
이태훈:
지금은 돈 주고도 갈 수가 없는, 마스터 클래스네요.
김종진:
음악 좋으셨나요? 반응 뜨겁고 좋네요. 다음 곡도 기대가 됩니다.
이태훈:
다음 곡은 코코어라는 밴드의 ‘너뿐이야’라는 곡인데요. 코코어 노래 중에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와 봤습니다. 코코어 곡들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시작은 너바나 커버 밴드라고 하더라고요.
김종진:
인디 뮤직하면 너바나인 거죠.
이태훈:
90년대 홍대신이 만들어질 때 가장 유행했던 음악이 얼터너티브였어요. 그래서 그당시 너바나 커버 밴드만 10개가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코코어도 그렇게 시작을 해서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며 앨범을 4장 냈는데, 4장의 앨범이 모두 다 다르고 멤버들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음악의 장르들도 각기 달라요.
김종진:
코코어라는 분들은 얼터너티브로 시작해서 다양한 음악을 계속 하셨나 보네요.
이태훈:
우성이 형은 사지타라는 하와이안 우쿠렐레 음악도 하시고, 명수 형님은 워낙 스펙트럼이 넓으셔서 영화 음악도 하시고, 드럼 치는 지환이 형은 저랑 같이 밴드를 했고, 베이스 치는 재권이 형님은 쩜오구라는 일렉트로닉 신스팝 밴드를 하고 계십니다.
근데 그 마지막 앨범에 그 곡들이 다 있어요. 각자 멤버들끼리 한 곡씩 가져와서 마치 옴니버스 앨범처럼 맥락이 없어요. 그래서 듣다 보면 이거 나왔다 저거 나왔다 해요. 다 너무 좋은데 이게 어떻게 한 앨범에 들어있나 할 정도로 그런 재밌는 앨범이 4집이었던 것 같아요.
김종진:
그래서 팀이 깨졌구나. (웃음) ‘너뿐이야’는 어떤 류의 음악인가요?
이태훈:
너뿐이야는 굉장히 쉬운 펑크 록 음악처럼 들리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재밌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있어요. 예를 들면 ‘기타 솔로를 이렇게 친다고?’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막 치시거든요. 저한테는 또 ‘기타를 못 쳐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런 용기를 주었던 곡입니다.
김종진:
용기가 나는 음악이랍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이태훈:
그때 홍대의 분위기가 굉장히 실험장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무나 많은 소리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너무 넓고, 아무거나 해도 그때는 용인이 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 곡 의 뮤직비디오가 진짜 재밌어요. 꼭 보세요. 계란 던지고, 얼굴에 맞고 그런 재밌는 내용입니다.
김종진:
홍대, 신촌은 모험도 가능하고, 실험도 용인이 되는 놀라운 곳인 것 같아요. 젊음이 살아있는 느낌! 멋진 음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hapter 3 –
김종진:
세 번째 곡을 소개를 해드릴 차례인데요. 마지막 곡은 봄여름가을겨울 곡 중에서 신촌과 인연이 깊은 곡,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이라는 곡을 골라봤어요.
김현식 형님이 저희와 함께 선 최초의 무대는 대학로 파랑새 극장에서 했던 장기공연이었어요. 이정선, 한영애, 이광조, 김현식과 엄인호 밴드가 함께하는 옴니버스 콘서트였는데 그 공연의 이름이 ‘신촌블루스’였습니다. 그분들은 그 당시 신촌에 있는 엄인호 형님의 집에 모여서 함께 노래하고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음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던 분들이었죠.
현식이 형님만 저희 밴드가 반주하고, 다른 분들은 모두 엄인호 밴드의 반주로 공연을 하다가 후반부에 모두 무대 위로 올라 잼을 하는 형식의 공연이었어요. 앰프가 부족하면 앰프 하나에다가 기타 두 개씩 꽂아서 연주하는 식이었죠. 그러니까 잘 만들고 그런 것보다는 그냥 즐겁게 하는 게 중요했던 그런 시대였어요.
그렇게 ‘신촌블루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순회공연을 하니 크게 입소문이 났고 동아기획에서 신촌블루스 1집이 발매되고 김현식 형님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3집 앨범을 발매했어요.
이후 신촌블루스 2집이 나온 시기에 저희는 봄여름가을겨울 1집으로 독립하게 됐고,저희 ‘봄여름가을겨울’이름으로 그 앨범에 한곡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그 곡이 바로 오늘 들려드릴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신촌블루스 2집과 봄여름가을겨울 1집에 실려 있는 특별한 곡이지요.
김종진:
만명 공연장에서의 박수 소리가 맹그로브에서 들려서 감사합니다. 음악도 좋았지만 이렇게 보사노바 음악에 맞춰서 새로운 댄스를 추시는 여러분들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태훈:
방금 들으신 앨범이 첫 번째 앨범이잖아요. 봄여름가을겨울의 첫 번째 앨범을 제가 제일 좋아하는데, 트랙리스트 마지막에 ‘12월 31일’이라는 곡이 있어요. 예전부터 그걸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이랑 만나게 된다고 하기에 드디어 그 곡을 한 번 같이 연주해 볼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연주를 같이 할 수 없었네요. 하지만 아까 대기하면서 제가 선생님한테 확답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공연을 기획을 해서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요!
제가 준비한 마지막 곡은 서울전자음악단의 ‘서로 다른’이라는 곡인데요. 홍대에서 여러 가지 공연을 많이 하고 보면서 홍대는 ‘이런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윤철 형의 기타를 보았는데 이건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정상급 연주라는 생각을 했어요. 홍대에는 다양한 음악도 있지만, 이렇게 수준 높은 음악도 있구나 하면서 홍대에서 활동하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던 곡입니다.
원래는 굉장히 긴 곡이고 라이브 때는 20분씩 연주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시간 여건상 티저만 들려드리겠습니다.
– OUTRO –
김종진:
저희가 준비한 곡들은 여기까지인데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태훈:
마지막까지 경청해주시고 질문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이 활동하셨던 신촌의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저희 세대가 활동했던 홍대 인디 신으로의 음악적 흐름을, 신촌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라 관객 분들도 더욱 흥미로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애정하는 선배님과 함께여서 저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다 가는 것 같습니다.
김종진:
저 또한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특히 우리 후배 기타리스트 제가 정말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예요. 한국 음악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 실력가거든요. 이태훈 씨와 음악 이야기로 함께 수다 나눌 수 있어 기쁘고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 소개해드린 봄여름가을겨울의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이라는 곡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당신께’라는 노랫말이 있는데요. 노랫말 속의 당신이 누구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유년 시절부터 음악 인생의 첫 걸음을 띄었던 신촌, 세대를 뛰어넘어 청년들 앞에서 후배와 나란히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신촌, 바로 그 신촌이 저에게는 노랫말 속 ‘당신’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신다보미
사진 | 안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