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ock, knock 노크, 노크 >
7 personals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크리에이터 7인의 방을 소개합니다. 음악, 디자인, 식물, 사진, 요가, 인테리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개성의 라이프스타일과 깊고 내밀한 취향을 담은 7개의 방을 두드려 보세요.
노크노크 전시 예약하기
_
이구노 PHOTOGRAPHER
@rawwstudios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로 가공하지 않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업합니다.
사진 작업에 영향을 준 책, 음악, 향의 조각들을 엿볼 수 있는 영감의 공간입니다.
Q. 요즘 같은 가공의 시대에 가공하지 않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일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의 이름도 ‘Rawwstudio’일 정도로 이구노 작가님이 고수하는 가공하지 않은 이미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대의 이미지들은 복잡하고 컬러감이 많은데, 본질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들만이 가지는 매력도 있지만요. 저는 유럽보다는 아시아 쪽 스타일의 사진을 선호해요. 조금 더 내추럴한 이미지들이요. 본질에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가공하지 않는 방식의 스타일로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표현하고자 한 것을 꼬거나 비틀지 않고 나타낼 수 있고,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아닐까요.
Q. 인물이 지닌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잘 포착해 내세요.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조금은 어색하기 마련이잖아요.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는 작가님만의 비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피차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다 보니, 말을 많이 거는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일상적인 질문들을 많이 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조금 차분해지면 촬영을 이어가는 편이에요. 지금 하는 것처럼 일종의 미니 인터뷰인 셈이죠.
훌륭한 피사체는 찾아다니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찍다 보면 완성되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Q. 노크노크 이구노의 방을 소개해 주세요.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려견, 레몬이의 공간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세라미스트인 여자친구의 작업물들도 함께 전시했어요. 안쪽 공간에는 아날로그적 취향이 담긴 테이프, LP 등과 암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물들을 놓아두었어요.
사진을 찍다 보니, 잠시 스쳐가는 인연들을 많이 만나요. 그러다 보니 영감을 주는 멋진 사람, 멋진 것들도 좋지만, 마음에 안정을 주는 반려견 레몬이, 여자친구와 같은 존재들이 제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방에서도 많이 엿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특별히 애정을 담은 공간과 사물이 있다면 자세히 소개 부탁드려요.
평소 암실에서 제가 사용하고 있는 확대기를 가져다 놓았어요. 필름을 넣으면 확대기가 빛을 쏘아 특수 종이에 필름에 있는 사진을 닿게 하고, 종이에 있는 감광 물질이 그 모양으로 반응하게 되는데요. 이 반응한 종이를 또 다른 기기에 넣어 인화를 하는 방식이에요. 필름과 종이를 함께 비치해 두었어요.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실제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을 거예요.
Q. 가장 애착이 깊은 사진이 있는지 궁금해요.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노크, 노크> 방에도 담은 사진인데 최근에 저에게는 가장 감동적인 날이었어요. 반려견 레몬이가 수영을 못 했어요. 활동성이 강한 보더콜리인데도 물을 많이 무서워하더라고요.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일부러 도움 없이 물에 넣어도 보고 했는데, 물만 먹고 애를 먹었죠. 이대로 ‘안 되는가 보구나’하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른 계곡으로 여행을 간 날, 갑자기 수영을 하더라고요 얘가. 그때 담아놨던 사진이 있어요. 물가 위에 앉아 있는 사진이에요.
Q. 사진작가는 순간을 포착해 내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찍고 싶은 걸 발견한 순간, 가장 먼저 들게 되는 짝꿍 같은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인가요?
작업할 때는 큰 카메라를 주로 쓰는데, 평상시에는 작은 카메라로 많이 찍어요. 35mm 자동카메라를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어떤 것으로 찍는지는 사실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내가 찍고자 하는 무언가, 만약 콘센트를 찍는다면, 내가 콘센트를 왜 찍었냐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만 있다면 어떤 카메라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여기저기 작은 카메라를 많이 두고 다녀요. 급하게 뭔가를 찍고 싶을 때, 필름이나 카메라가 없어서 못 찍은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사무실, 차, 가방 손 닿는 곳이라면 항상 챙겨 두는 것 같아요.
Q. 구노님이 생각하는 훌륭한 피사체는 무엇, 또는 어떤 사람인가요?
가장 가깝게 있는 것들이 아닐까요. 저에게는 반려견, 여자친구, 가족이 그렇죠. 3년 전에 어머니에게 간 이식을 했어요. 그 과정을 <Unfinished Life>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었고요. 너스레를 떨자면, 사진을 찍으려고 간 이식을 했거든요! (하하) 이 사진집은 크게 흑백과 컬러로 나누어지는데, 흑백 이미지들은 간 이식 전의 병원에서 찍은 사진들로, 컬러 이미지들은 간 이식 이후에 부모님이 고향에서 직접 촬영하신 사진들로 담아냈어요.
훌륭한 피사체는 찾아다니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찍다 보면 완성되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변형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사진 작업을 할 때 즉흥적인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눈에 계속해서 띠는 것이 있을 때 ‘이거, 찍어 보면 재밌는 스토리가 되겠다’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봐요. 예를 들면, 예전에 <크래커>라는 매거진에서 일을 할 때, 옷을 계속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볼 때 어떤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생활 밀접한 것들을 평소에 계속 눈여겨보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필름 카메라는 뭐든 쉽게 수정, 삭제할 수 있는 요즘의 것들과 달리 한 번 찍으면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필름 작업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물론 필름도 기술이 발달해서 포토샵을 통해 수정도 할 수 있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변형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순간을 내가 찍고, 내가 보고, 그대로 표현한다는 자체가 그렇죠. 디지털처럼 반질반질한 느낌이 아니라 한 번 종이를 거친 플랫한 느낌이 좋아요.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자글자글한 필름 카메라의 느낌도 있지만, 필름 카메라로 깔끔하게 찍으면 디지털보다 더 디지털같이 생생하게 표현되기도 하거든요. 필름 카메라는 웹에 올리는 것보다는 실제로 프린트해서 보면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진은 꼭 직접 가서 보기를 추천해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지금 하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나 진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Q. 스타일에 있어서 영향을 크게 받은 사람이 있나요?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의 사진을 찍은 사람을 찾다가 우연히 한 일본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사람을 놓은 위치나, 사진을 찍는 관점이 남다르더라고요. 사진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이 사람을 보다 보니 저 사람이 보이는 식으로 감각을 익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라고 느꼈던 작가는 타카시 홈마 @seeing_itself 의 사진이었어요. 영감받은 포트레이트 사진집도 <노크, 노크> 방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치카와 미카코라는 여배우의 모습을 담은 책인데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던 사진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오래도록 찍고 싶었던 자연스럽고 날 것 그대로의 사진들이었어요. 제가 어떤 방향의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이 작가를 보면서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운영하고 있는 샵 TREELIKESWATER에서는 다양한 작가들과의 협업을 하고 있다고요?
‘트리라익스워터’ @treelikeswater 는 사진 관련 오브제들을 판매하고 있는 을지로에 위치한 샵이에요. 여자친구가 만드는 세라믹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고요. 얇은 진zine을 제작하고 있는데, 사진집보다 얇고 가벼워서 소장 가치나 인기도 떨어지지만 재밌는 작업이에요. 사진을 찍는 가수, 연기자, 모델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사진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의 사진, 그들만이 가진 스토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Q.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사진을 처음 시작한 것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였어요. 외동으로 자라다 보니 친구를 사귀는 게 마냥 좋았어요. 한때 친구들의 연락처가 1300명이나 있었을 때도 있었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지금 하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나 진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첫 자취를 월 15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시작했는데,
카메라를 두면 딱 누울 자리 말고는 없었죠.
Q. 처음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을 때 기억, 나나요?
저는 지방 사람인데,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서울에 항상 올라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옷을 굉장히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 한 번씩 친척 누나를 따라 동대문 새벽 시장에 옷을 사러 오곤 했어요. 서울에 상경하고 첫 자취를 월 15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시작했는데, 카메라를 두면 딱 누울 자리 말고는 없었죠. 그러다가 금호동에 보증금 100에 월 10만 원짜리 방을 찾았어요. 집에 딸린 창고를 개조한 방이었는데, 시멘트 바닥에, 재래식 화장실까지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저는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Q. 구노님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서울에 막 와서, 여유가 없고 했을 때는 집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10년째 살고 있어요. 이제는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심적인 위안을 얻는 공간인 것 같아요. 레몬이도 집에만 들어오면 얌전해요. 아무래도 주인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Q. 현재는 반려동물, 레몬이와 함께 살고 계시잖아요. 여려 명의 반려인과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맹그로브에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작업 공간 겸 사는 공간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다 갖춰 있으니 편리하고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Q. 최근에 본 것 중 지금 떠오르는 장면이 있나요?
어머니가 간 이식 이후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세요. 부모님과 통화할 일이 잦은데, 말만 들리다 보니 소통이 어렵기도 하고 아쉽더라고요. 최근에 부모님께 영상 통화를 알려드렸더니 자주 하세요. 솔직히 조금 기뻤어요. 그래서 요즘 제 폰에는 이렇게 영상 통화 캡처 화면이 많아요. 사진 하면서 아버지, 어머니와 통화했던 장면들이 자주 떠오르는 것 같아요.
Q. 언제 어디에 있을 때 가장 자기답다고 느끼나요?
집에 있을 때요. 웬만한 작업은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해요. 예전부터 고시원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집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공간 활용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집이 넓으면 작업실, 침실을 따로 쓸 법도 한데 저는 한 방에 침대, 컴퓨터 책상, 레몬이 침대까지 모아두었어요. 마음을 안정을 느끼는 집에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_
22. 9. 7 (WED) – 22. 10 .7 (FRI)
12:00 – 19:00 Monday off
중구 퇴계로 334, 맹그로브 동대문 15F
글 | 신다보미
사진 | 최모레